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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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쉽니다”… 3년 이상 집에서 노는 청년 8만명

19일 서울의 한 고용센터 일자리 정보 게시판 앞에서 구직자들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청년 중에서 직업 교육을 받거나 취업 준비를 하지 않고 단순히 ‘집에서 그냥 쉰’ 청년의 수가 약 8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의 최근 3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이다. 특히 이들 중 34.2%에 해당하는 8만2천 명이 주된 활동으로 ‘단순히 시간을 보냈다’고 응답했다. 이는 3명 중 1명 이상이 직업 훈련이나 취업 준비,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19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청년층(15∼29세) 부가 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최종 학교를 졸업(수료·중퇴 포함)했으나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청년은 지난 5월 기준 23만8천명이었다.

 

미취업 청년들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취업 관련 시험 준비'로 28.9%에 해당하는 6만9천 명이 이에 해당 한다.

 

또한, '육아·가사'를 하고 있는 비율은 14.8%로, 이 외에도 '진학 준비'를 하고 있는 청년은 4.6%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단순히 쉬었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미취업 기간이 6개월 미만일 때는 20.5%에 불과했으나, 3년 이상일 경우에는 34.2%로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졸업 후 3년이 지나도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취업을 포기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취업 준비를 했다는 응답은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3년 이상 미취업 청년의 경우 취업 준비를 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4.2%에 그쳤다. 이는 청년들이 점차 취업에 대한 의욕을 잃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특히, 3년 이상 미취업 청년 중 '집에서 그냥 쉬었다'는 응답은 2021년 9만6천명에서 2022년 8만4천명, 2023년 8만명으로 감소하다가 올해 다시 8만2천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5만4천명)과 2019년(6만4천명)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치이며, 청년층 인구의 감소 추세를 고려했을 때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이와 함께, 취업을 원하고 능력이 있지만, 임금 수준이나 근무 조건이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 같아 취업을 단념하는 '청년 구직 단념자'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1월부터 5월까지의 월평균 청년층 구직 단념자는 12만1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만1천여 명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구직 단념자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31.1%로, 청년층의 취업 시장에서의 어려움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쉬었음' 청년의 노동시장 유입을 위한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는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범정부 대책도 마련됐다. 

 

그러나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가 심화되고,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취업 지원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