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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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급 원하면 상납해”…해군 전 대령, 골프채∙명품∙상품권 등 ‘갑질’

감사원, 현재 보급창장인 A씨 해임 요구

해군 전 대령이 현역 시절 자신의 직위 영향력을 언급하며 부하 장교들로부터 골프채와 정장용 명품 구두, 고가 운동화 등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9일 해군본부 정기감사 보고서를 통해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해군본부에 대한 정기감사가 이뤄진 것은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보급창장인 A씨는 2019년 5월부터 2022년 4월 사이 소속 부대원의 근무 평정과 인사 추천 등 자신의 직위 영향력을 언급하면서 골프채와 정장용 명품 구두, 고가 운동화 등 총 239만여원 상당의 금품을 요구한 뒤 수수했다.

 

A씨는 2020년 당시 소령 B씨에게 메신저로 진급과 관련한 언급을 한 뒤 14만9000원 상당의 골프채를 요구해 받았다.

 

같은 해 말에는 보급창장에서 본부 차장으로 전출 가는 것을 기념해달라며 소령 1명과 중령 2명에게 평소 자신이 갖고 싶었던 골프채를 선물하도록 요구해 30만원 상당의 드라이버를 수수했다.

 

2021년에는 B씨와 함께 골프를 치면서 또다시 B씨의 진급과 관련한 자신의 권한을 강조하며 정장용 구두를 요구해 119만원 상당의 구두를 받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19년에는 또 다른 소령에게 자신의 아들 임관식에 꽃다발이 아닌 상품권을 선물로 줄 것을 요구했다.

 

또 A씨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23개월 간 부하 직원들에게 자신의 배우자와 주말·공휴일에 골프를 함께 치도록 지시했다. 군 골프장을 주말에 예약하려면 현역 군인이 필요하기에 배우자 골프에 후배들을 동원한 것이다.

 

‘골프 사역’에 동원된 부하 장교는 소령 2명, 중령 4명 등 총 6명이다. 이들인 A씨의 지시를 거절하면 “정신교육을 시켜야겠다”라는 식으로 겁박을 하기도 했다.

 

군의 업무추진비를 유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A씨는 자신이나 배우자가 주말에 골프를 친 뒤 저녁 식사한 비용을 외상 처리한 뒤, 평일에 업무추진비 등으로 결제하도록 지시했다. 이런 식으로 유용한 해군 예산은 횟수로 18회, 액수는 321만원에 달했다.

 

문재인정부 시절 현역 해군 대령으로 보급창장을 지냈던 A씨는 현 정부 들어 전역한 뒤 군무원 신분으로 다시 보급창장에 임명됐다. 감사원은 해군에 A씨를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