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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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음란물의 시대 온다"…신기술 쫓는 경찰 예산

경찰청이 딥페이크·딥보이스 등 허위조작 콘텐츠를 탐지하는 딥러닝 기술에 내년 예산 27억을 투입한다. 실감형 가상훈련(VR)을 확대하고, 대테러훈련용 시뮬레이터도 신규 도입한다.

 

경찰청은 이같은 계획을 담은 13조5364억원 규모의 2025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진화하는 범죄 양상에 맞춰 탐지 기술을 고도화하고, 경찰 수사 및 훈련에도 신기술을 활용하는 변화상이 담겼다.

 

◆"신종범죄에는 신종 수사기술이 필요하다"

 

"조만간 키워드만 넣으면 맞춤형 음란물을 만들어주는 인공지능(AI) 서비스가 판을 칠 겁니다. 이미 기술은 나와 있는데, 진짜 사람 같아서 우리가 봐도 구분이 안 될 정도예요."

 

경찰 관계자는 최근의 '딥페이크 사태'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단순히 음란 영상에 얼굴을 합성하는 현재의 딥페이크 범죄를 넘어, 사용자가 입력한 단어를 바탕으로 음란물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예측이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 합성기술인 '딥페이크'는 음란물뿐만 아니라 여론 조작, 사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음성 변조 기술인 '딥보이스'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사기가 여러 차례 적발된 바 있다.

 

문제는 기술 발전이 너무 빨라 '진짜 목소리'인지 '가짜 목소리'인지, '진짜 영상'인지 '가짜 영상'인지 빠르게 감별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찰청은 올해 처음 딥페이크 탐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활용한 데 이어 소프트웨어 고도화에 내년 예산 5억원을 배당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딥페이크 의심 영상을 시스템에 업로드하면 10분 내에 가짜 영상인지 진짜 영상인지 판별해낸다.

 

경찰은 한 발 더 나아가 딥러닝에 기반한 허위조작 콘텐츠 복합 탐지 기술 개발에 내년 27억원, 2027년까지 3년간 총 91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딥페이크 탐지 소프트웨어의 탐지율을 올리고, 최신 AI기법에도 대응하기 위해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흉기난동범' 시뮬레이션…VR 훈련 본격 실시

 

내년 예산안에는 가상현실(VR)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방안도 여러 개 담겼다.

 

경찰특공대에 대테러훈련 시뮬레이터 1대를 도입하는 데 13억1000만원, 시나리오별 훈련이 가능한 실감형 VR 훈련 확대에 4억8000만원을 편성했다.

 

경찰 관계자는 "VR 훈련은 일차적으로 경찰 교육기관에 먼저 도입하고, 추후 현장에서도 활용할 계획"이라며 "올해 연말 VR기기를 구입해 시작한 뒤 내년에 더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글을 쓰고 '흉기 난동범' 같은 상황별 시나리오가 연출되면 손에 든 장비로 총을 발사하는 등 제압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미국과 네덜란드 등 해외에서는 VR 경찰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신체적 부상 없이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는 경험을 기를 수 있다는 이유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수사 편의성과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동의 표정·움직임을 분석해 아동학대 의심 장면을 요약해주는 영상분석 프로그램에 6억원이 배당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연구용역(R&D)을 끝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수사관에게 유사사건·수사쟁점을 제공하고 영장신청서 등 각종 수사서식의 초안을 만들어주는 'AI 수사도우미'에도 27억원이 투입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끝내고 내년에 처음 예산이 배정된 과제들이 많다"며 "기술 변화에 따른 경찰청의 예산 변화로 볼 수 있겠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