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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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레바논에 대규모 공습…‘삐삐 폭발’ 이후 확전 위험 고조

이스라엘이 19일(현지시간)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대규모 공습을 퍼부었다. 헤즈볼라도 최근 발생한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동시다발 폭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공개선언하면서 양측의 전면전 가능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에서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이 전쟁 지속 계획을 승인했다”며 북부 지역 계획 승인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레바논의 헤즈볼라 목표물을 공격해 헤즈볼라의 테러 역량과 인프라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17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한 경찰관이 무선 호출기(일명 삐삐)가 폭발한 차량 내부를 조사하고 있다. AP뉴시스

또 이스라엘군은 “공군이 약 30개의 헤즈볼라 발사대와 테러 인프라를 폭격했다”며 지상군이 레바논 남부 여러 지역에서 무기 저장고 등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매체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상공에서 이스라엘 전투기로 추정되는 항공기가 목격됐다.

 

이들은 “헤즈볼라 테러 조직은 레바논 남부를 전투지역으로 만들었다”며 “헤즈볼라는 지난 수십 년간 민가를 무기화하고 그 아래에 땅굴을 파고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고 했다. 또 “(이스라엘) 주민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스라엘 북부에 안전을 확보하고 모든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 발표는 이날 예정됐던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영상 연설 직전에 나왔다.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뒤 11개월 넘게 전쟁을 지속 중인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황이 대체로 안정됐다는 판단 아래 헤즈볼라가 있는 북부 전선으로 눈을 돌리고 공격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삐삐·무전기 동시다발 폭발로 큰 타격을 입은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에 보복을 밝혔다. 이날 헤즈볼라는 국경지대에 있는 이스라엘군 진지를 대전차 유도미사일 등으로 타격해 이스라엘 군인 1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는 연설에서 “호출기 수천개를 터뜨린 이스라엘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 학살 공격은 선전포고로 볼 수 있고 정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7일 레바논 베이루트와 이스라엘 접경지인 남부 및 동부 베카밸리 등지에서 헤즈볼라의 통신수단인 삐삐 수천대가 폭발했다. 이튿날에는 헤즈볼라의 무전기가 폭발하면서 이틀간 벌어진 폭발 사건으로 레바논에서 37명이 죽고 약 300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은 이 사건과 연관성을 확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지만 이스라엘군 또는 정보기관의 장기간 공작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도 이스라엘 비판에 목소리를 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은 나스랄라에게 서신을 통해 “곧 저항 전선의 압도적인 대응으로 잔인하고 범죄적인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발 사건에 이어 공습까지 중동 지역 긴장감이 높아지자 미국 정부는 이날 확전 방지를 강조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어느 쪽이든 갈등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우리는 긴장을 우려하고 있고, 잠재적인 확전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외교적 해법을 통해서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