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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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병원 수차례 거절”…추석 당일 부산 응급실서 30대女, 끝내 숨져

전원 못 된 채 심정지·소생 오가다 결국 사망

의료대란 속에서 추석 연휴 중 부산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30대 여성이 상급병원으로의 수용이 수차례 거절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 시내 한 권역응급의료센터로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20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2시15분쯤 영도구의 한 집에서 A(30대·여)씨가 신체 경련 등을 호소하고 있다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소방은 현장에 도착해 A씨에게 응급처치를 시행했으며, A씨를 이송할 수 있는 병원을 선정해 이날 오전 3시4분께 관내에 위치한 해동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당시 A씨는 심정지 상태였으며, 의료진은 A씨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이와 함께 병원 의료진은 A씨의 치료를 위해 관내 대학병원을 비롯, 경남 지역 상급병원 등에까지 A씨의 수용이 가능한지 수차례 문의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A씨는 심정지와 소생 상태를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씨는 상급병원으로 전원되지 못한 채 해동병원 응급실 도착 후 3시간30여분 만인 이날 오전 6시40분쯤 숨졌다.

 

한편 의료진 부족에 다른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현장의 심각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장래 의사가 될 의대생들의 수업거부마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의료 붕괴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서울대 수강 신청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번 가을학기 서울의대에 개설된 전공필수 강의 37개 수강 비율은 35.6%다. 의정 갈등을 겪기 전인 작년 가을학기에 열린 전공필수 강의 36개 수강 비율(89.3%)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출구 없는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대생 수업 거부는 전국 주요 대학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경남 지역 유일 의대가 있는 경상국립대는 전체 의대생 440여명 중 9명가량의 학생만 의대로 복귀했다. 부산지역 대부분의 의과대학도 2학기 수업이 개설됐지만 학생들이 대부분 돌아오지 않아 1학기와 비슷한 분위기다.

 

전국 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조사한 지역별 응급실 의사 감소 현황에 따르면 부산, 충청, 광주·전남 지역은 50% 이상, 강원·전북, 대구·경북, 울산·경남 지역은 40% 이상 감소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