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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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 미군 실종자 700번째 신원 확인… 18세 상병

텍사스州 댈러스 출신 빌리 드라이버
1950년 9월 낙동강 방어선에서 전사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 실종자 가운데 시신의 신원이 확인된 장병 숫자가 700명을 기록했다.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은 “놀라운 이정표(milestone)”라고 자평했다.

 

21일 미국 군인 신문 ‘스타스앤드스트라이프스’(Stars and Stripes)에 따르면 DPAA는 1950년 9월5일 북한군과의 교전 도중 실종된 빌리 찰스 드라이버(당시 계급 상병)의 유해를 최근 확인했다고 밝혔다. 텍사스주(州) 댈러스에서 태어난 드라이버 상병은 미 육군 제1기병사단 소속으로 낙동강 방어 전투에 투입됐다가 불과 18세의 어린 나이로 전사했다. 그 뒤 꼭 74년 만에 기적적으로 신원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 하와이 태평양 국립묘지에 있는 6·25전쟁 참전 무명용사의 묘. 미 국방부 홈페이지

드라이버는 1973년 DPAA 설립 이후 700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6·25전쟁 실종자다. 1950년 6월25일 북한이 한국을 침략하며 전쟁이 발발한 뒤 미국은 유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먼저 한국을 돕기 위해 군대를 보냈다. 전쟁 기간 미군 전사자는 약 3만6500명에 달한다. 참전 22개국 중 단연 최대 규모다.

 

6·25전쟁 도중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나 시신을 찾지 못한 미군 장병은 약 7400명에 이르는데 DPAA는 그 대부분인 5300명가량이 북한에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북한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미 당국에 미군으로 추정되는 시신 약 3000구만 인도했으며, 이 가운데 2000구는 신원이 확인된 상태다.

 

DPAA 켈리 맥키그 국장은 700번째 유해 신원 확인에 대해 “이것은 믿기 힘든 이정표”라며 “우리에게 주어진 신성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국방부 요원들의 재능과 헌신이 이룬 결과”라고 높이 평가했다. DPAA는 여전히 찾지 못한 6·25전쟁 미군 실종자 7400명도 반드시 찾아내 고향 또는 가족 곁으로 돌려보낸다는 방침이다.

6·25전쟁 참전용사 빌리 드라이버 미 육군 상병. 1950년 9월 낙동강 방어선 전투 도중 실종됐다가 최근 74년 만에 유해의 신원이 확인됐다. DPAA 제공

스타스앤드스트라이프스는 2021년 군인 유족 샘 스톰스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그의 부친은 6·25전쟁 당시 한국에서 전사한 하비 스톰스 육군 소령이다. 시신을 찾지 못해 실종 상태였던 스톰스 소령은 2019년이 되어서야 유해의 신원이 확인돼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샘은 거의 80년 만에 이뤄진 아버지의 귀환에 대해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다른 실종자 가족들을 향해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제2차 세계대전, 6·25전쟁, 베트남 전쟁, 걸프 전쟁 등에서 실종된 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미국인은 8만15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중 절반이 넘는 4만1000명가량은 해군 승조원 등으로 복무하다가 타고 있던 선박이 침몰하며 바다에서 실종된 경우에 해당한다.


김태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