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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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중심에 선 ‘명태균’ 지난 10년 자취 추적해보니 [강승우의 뒤끝작렬]

‘뒤끝작렬’은 우리 동네에서 이슈가 됐던 기사를 다시 까발리고 들춰내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 드리고 관심을 재조명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취재 뒷이야기, 기사에 담지 못했던 이야기, 앞으로 취재 계획 등을 딱딱하지 않게 써보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제보는 언제든 대환영입니다. [편집자주]

 

◆김영선 전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8개월 지나 수면 위로

 

[단독] ‘재산신고 누락’ 김영선 국회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이 기사가 8개월 만에 다시 주목 받을 줄 몰랐습니다.

 

제가 올해 1월에 취재해 썼던 기사인데, 당시 국민의힘 5선 중진 의원으로 경남 창원시 의창구가 지역구였던 김영선 전 국회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를, 김 전 의원 지역 사무실 회계 담당자가 검찰에 고발됐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시사경남 CEO 명태균 명함. 독자 제공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이 지역 여론조사업체 관계자와 돈을 주고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고 기사에 밝혔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지역 여론조사업체 관계자’가 바로 명태균씨였는데, 사실 저 기사를 취재할 때만해도 명씨는 지금처럼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대중에게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명씨에 대해서는 비실명으로 기사화했던 것이었죠. 지역 정치권에서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베일에 싸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8개월이 지난 지금은 김건희 여사의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개입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로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명태균과 김 전 의원을 중심으로 이들의 관계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명태균-김영선-미래한국연구소는 어떤 관계?

 

지금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명태균’을 검색하면 수백개의 언론 기사로 찾기 힘들지만, 약간의 근성을 가지고 클릭을 여러 번 하면 ‘중진공 경남본부, 청년 창업가 지원 기업인 멘토단 운영’ 기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 기사를 단서로 그의 흔적을 쫓아가보겠습니다.

 

2013년 4월 기사인데 이때 명태균씨는 ㈜좋은날 대표로 소개돼 있습니다. 그래서 주식회사 좋은날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봤습니다.

 

주식회사 온세전화번호부→주식회사 온세계신문→주식회사 좋은날. 2번의 회사명이 바뀐 후 2008년 5월 주식회사 좋은날로 등기가 완료됐습니다.

 

좋은날의 회사 주소지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대로 940’으로 나옵니다.

 

제가 미리 말씀드리면 저 주소지를 잘 기억해주세요. 나중에 나올 여러 회사들의 주소지와 같기 때문입니다.

 

애초 1000만원이던 자본금이 2012년 3월 증자를 통해 2억원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업종은 △광고기획 및 대행업 △프로그램개발 및 임대업 △신문 발행 △이벤트 기획업 △인쇄 및 출판업 △ 텔레마케팅업(콜센타) 등으로 나타나있습니다.

 

임원 사항을 보면 명씨는 2009년부터 대표이사로 등재됐다가 사내이사 등재‧사임을 반복한 후 2014년 5월 대표이사를 사임합니다.

 

주식회사 좋은날은 2019년 해산을 거쳐 2022년 12월 최종 청산하게 됩니다.

 

명씨에 대해서는 좋은날을 마지막으로 이후 그와 관련된 회사에 서류상으로는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2015년 8월 경남 지역 일간지에 경남도립거창대-㈜좋은날리서치 산학협약 체결 기사가 나오는데, 이때 양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찍은 사진에서 명씨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날리서치의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해봤습니다. 그런데 2개가 검색됐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면, 첫 번째 검색한 회사는 주식회사 전화번호부→주식회사 일일사전화번호부→주식회사 전국일일사전화번호부→전화번호부 주식회사→주식회사 디앤비(D&B)→주식회사 경남미디어리서치로 이름을 여러 차례 바꾼 후 2013년 7월 주식회사 좋은날리서치로 회사명을 바꿨습니다. 2015년 5월에는 다시 주식회사 좋은날디자인연구소로 회사명을 바꿨네요.

 

그런데 이 회사도 여러 차례 주소지를 옮겼는데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대로 940으로 주소지로 나타나있군요.

 

앞서 찾았던 주식회사 좋은날과 같은 주소지입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 회사는 2021년 12월 해산한 것으로 나옵니다.

 

다른 주식회사 좋은날리서치의 법인등기부등본도 찾아봤습니다.

 

이 회사는 주식회사 좋은날리서치에서 2016년 4월 주식회사 썬리서치→2017년 9월 주식회사 시사경남으로 회사명이 바뀝니다.

 

2015년 8월 이 회사 주소지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대로 940로 나오는군요.

 

이 회사의 사내이사 중에는 명씨가 대표이사로 있었던 ‘좋은날’의 감사도 있고, 같은 이름의 회사인 ‘좋은날리서치’의 대표이사, 사내이사도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시사경남’입니다.

 

이후 명씨는 자신을 시사경남 CEO로 주변에 소개하고 다닙니다. 명씨의 명함에는 인터넷신문‧인터넷방송‧여론조사가 적혀 있습니다.

 

명씨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때를 2018년쯤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시사경남 보도국장, 편집국장 명함. 독자 제공

시사경남에는 명씨 뿐만 아니라 보도국장 A씨, 편집국장 B씨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둘은 김영선 전 의원과 관계가 있는 인물들이죠.

 

A씨는 김 전 의원과 먼 친척 관계이면서 김 전 의원이 대표로 있었던 법무법인 한사랑 법무실장, 김 전 의원의 보좌관도 했었던 사람입니다.

 

명씨와 먼저 알고 지냈던 B씨는 김 전 의원이 2022년 6월 창원시 의창구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후 지역 사무실 회계 실무를 맡았던, 김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검찰에 고발된 인물입니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국장에서 물러난 후 모 기초자치단체장의 후보 시절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인물도 시사경남 ‘고문’을 맡았으며, 2018년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낙선한 김 전 의원도 시사경남 사무실을 이용했다”고 전했습니다.

 

명씨와 김 전 의원, A씨, B씨의 관계는 또 다른 업체로까지 이어집니다.

 

이 업체가 바로 요즘 명씨를 둘러싸고 숱하게 거론되는 ‘미래한국연구소’입니다.

 

이 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에서는 이들의 관계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미래한국연구소도 최초 회사 주소지가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대로 940였습니다.

 

나중에는 이전을 했지만, 대체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대로 940’는 어떤 곳일까요?

 

자본금 300만원으로 시작한 미래한국연구소는 2019년 4월 기존 업종에서 여론조사업(리서치) 등이 대거 추가됩니다.

 

또 대표이사에는 김 전 의원이, 사내이사에는 A씨와 B씨가 등재돼 있다가 김 전 의원은 2019년 4월에 대표이사를, 2019년 10월에 사내이사에서 사임합니다.

 

B씨도 2019년 9월에 사내이사에서 사임했으며, A씨가 2021년 7월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습니다.

 

문서로 확인 가능한 이들의 관계는 아마도 여기까지인 듯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처음 언급된 좋은날 회사 서류상 대표이사였던 점을 빼면 명씨는 그 이후 연관된 회사 서류상 어디에도 드러나는 게 없습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때 김건희 여사가 명씨를 초대할 때 그의 직책은 미래한국연구소 회장이라고 알려졌습니다.

 

명씨의 정치적 영향력이 이처럼 큰 데는 평소 김 여사와의 개인적 친분 과시 등 여러 정치인들과의 인맥 때문이고, 이런 정치적 인맥을 쌓는데 사실상 본인이 운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인터넷 매체와 여론조사업체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지역 정치권 인사는 “명씨가 실질적으로 여론조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로 정치적 인맥이 매우 넓어졌고, 그 중에 이준석 의원도 있으며 김건희 여사도 있는 것”이라면서 “김건희 여사의 이름을 하도 들먹인 탓에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이 2차례 명씨를 만나 경고를 주고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최근 뉴스를 보니 김 전 의원과 명씨와의 균열 조짐이 감지되는 듯 했습니다.

 

이들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드라마의 결말이 해피엔딩이 될지, 새드엔딩이 될지 공은 이제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검찰은 명씨에 대해 피의자 신분 전환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디기만 한 것 같은 검찰 수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창원=강승우 기자 ks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