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아기집 5개 보고 매일 울었다”…국내 최초 자연임신 오둥이 탄생

“선택유산 없다는 의사 말에 낳을 결심…잘 키우겠다”
지난 20일 태어난 다섯 쌍둥이가 집중 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오른쪽)과 초음파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자연임신으로 생긴 다섯 쌍둥이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국내 첫 사례로, ‘오둥이’ 부모는 “재미있게 같이 키워나가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22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낮 남자아이 3명과 여자아이 2명의 오둥이가 건강하게 태어났다. 다섯 쌍둥이 출산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로, 2021년 다섯 쌍둥이 이후 3년 만의 경사이고 자연임신으로는 국내 최초 사례다.

 

이번 사례의 주인공은 경기 동두천 지역 고등학교 교사인 김준영(31)씨와 경기 양주의 한 학교에서 교육 행정직으로 근무하는 사공혜란(30)씨다. 사공씨는 결혼 후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찾은 산부인과에서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진단받고 배란유도제를 맞았는데, 첫 치료 이후 바로 다섯 쌍둥이가 생겼다.

 

임신 준비에 오래 걸린 편은 아니어서 다행스러웠지만, 한 번에 다섯명의 아기가 생길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뱃속 아기들이 5~6주 차쯤 됐을 무렵인 지난 4월 임신을 처음 확인했는데, 김씨는 아기집 5개를 확인했을 당시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날 연합뉴스에 “아기집(임신 때 수정란을 둘러싸고 있는 조직·태낭)이 3~4개 보일 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5개가 보이니까 무게감이 달랐다. 사실 아기집 보고 첫 2주 동안은 우리 부부 둘 다 매일 울었다”며 “자녀 한두명을 생각했었는데 다섯을 가질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오둥이 부모의 만삭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이어 “전공의 파업 때문에 병원 진료가 힘들다는 병원이 많아서 다섯 쌍둥이를 돌볼 수 있는 병원을 빨리 찾아야 했다. (다태아 분만 권위자인) 전종관 교수님이 서울대병원에서 이대 목동 병원으로 옮기셨다길래 바로 그쪽으로 병원을 옮겨 진료를 봤다”며 “전 교수님이 선택적 유산이라는 선택지를 주지 않으셨다. 건강하지 않은 아기가 자연적으로 유산되는 것이 약을 쓰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하셨고, 아기들을 생각해서 끝까지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고 전했다.

 

처음엔 당황했던 부부의 마음이 이때 확 바뀌었다. 김씨는 “산모의 안전을 위해 한 명을 유산한다고 하더라도 아기 네 명을 키우는 것인데, 네 명이나 다섯 명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며 “전 교수님 진료를 받고 나서부터는 다섯 쌍둥이를 받아들이고 무사히 아이들이 세상에 나오면 감사하다고 태도가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임신 내내 유독 체구가 작은 사공씨가 특히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출산 예정일인 올해 12월이 되기 전부터 만삭처럼 배가 불렀다. 다섯명의 아이가 태동할 땐 배가 찢어질 듯 아프기도 하고, 숨도 차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허리도 아파했다. ‘임신중독증’이라고 불리는 고혈압성 질환인 전자간증 진단을 받기도 했다. 출산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27주에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했다. 보통 세 명 이상 다태아 평균 임신 기간은 28주여서 그렇게 임신 기간이 짧은 편은 아니지만, 아기들은 12월까지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한다.

 

오둥이 태명은 ‘팡팡레인저’로, 멤버가 다섯명인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에서 따왔다. 뱃속 태아 순서대로 그린, 블루, 옐로, 핑크, 레드를 붙여줬다. 김씨는 “이름은 더 고민해볼 것”이라며 “원래 아이가 태어나면 교육적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다짐이 있었는데, 막상 다섯을 낳으니까 그런 것 필요 없이 자유롭게, 재미있게 같이 키우겠다는 생각만 든다. 아이들이 우선 건강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내 사공씨에게는 “고생 너무 많이 했고, 확 바뀐 삶이 시작되는데 함께 잘 이겨내 보자”고 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