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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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한 차체·넉넉한 공간… 매력 넘치는 ‘상남자의 車’

커지는 ‘픽업트럭’ 시장

캠핑·차박 등 야외활동 늘어나며 주목
3세대 ‘올 뉴 콜로라도’ 7월 국내 출시
오프로드 ‘거뜬’·트럭 같지 않은 승차감
편의사양·고급화 전략에 초도물량 완판

KGM, 국산 전기 픽업트럭 ‘O100’ 준비
기아 ‘타스만’도 글로벌 시장 출시 계획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픽업트럭이 국내 자동차 시장으로 몰려오고 있다. 캠핑과 차박 등 야외활동 저변이 넓어지며 튼튼한 차체와 넉넉한 화물공간을 갖춘 픽업트럭 강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쉐보레의 콜로라도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인 픽업트럭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올 뉴 콜로라도의 오프로드 주행 모습. GM 한국사업장 제공

◆신형 콜로라도 한국 상륙

22일 업계에 따르면 콜로라도는 미국 픽업트럭 시장을 개척하고 이끌어온 국내 정통 모델로 꼽힌다. 2003년 1세대, 2019년 2세대에 이어 7월 국내에 3세대 ‘올 뉴 콜로라도’가 출시됐다.

지난달 28일 서울에서 경기 남양주를 왕복하며 타본 신형 콜로라도는 거친 오프로드에서 거뜬한 주행성능에 트럭 같지 않은 승차감을 갖춘 전천후 모델이었다.

올 뉴 콜로라도를 캠핑에 활용한 모습. GM 한국사업장 제공

콜로라도는 외관부터 다부지면서 부피감이 느껴지는 강렬한 인상을 줬다. 전면부 보닛부터 옆으로 이어지는 선까지 굵직한 선으로 강조돼 강인해 보였다.

실내는 중앙의 11.3인치 컬러 터치스크린과 11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직선을 강조한 깔끔한 배치가 돋보였다.

콜로라도의 진가는 오프로드에서 발휘됐다. 주행모드를 오프로드로 바꾸고 외부 카메라와 힐 디센트 컨트롤 기능을 켜는 것만으로도 운전 경험이 마치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완전히 달라졌다. 카메라를 통해 차 아래에 가려진 노면 상태를 한눈에 보며 울퉁불퉁한 산길의 세부 모습을 살필 수 있었다. 힐 디센트 컨트롤은 경사가 높은 길을 내려갈 때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설정한 속도로 주행할 수 있도록 유지해주는 안전장치로, 스티어링휠에 달린 버튼으로 시속 1㎞ 단위의 세부 조절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길을 내려올 수 있었다.

동시에 계기판에는 차체의 앞뒤 기울기를 나타내는 피치와 좌우 기울기를 나타내는 롤 등이 실시간으로 나타나 오프로드 운전의 역동성을 느끼게 해줬다.

온로드에서의 콜로라도는 트럭보다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가까운 편안한 승차감을 나타냈다. 새로 적용된 2.7ℓ 직분사 가솔린 터보 엔진과 신형 8단 변속기가 조합돼 가속 능력도 부족함이 없었다. 신형 콜로라도의 엔진은 기존 3.6ℓ 자연흡기 엔진보다 작아졌지만 최고출력과 토크 성능은 각각 314.3마력, 54㎏·m로 더욱 높아졌다. 복합 기준 공인 연비는 8.1㎞/ℓ다.

픽업트럭 고유의 장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테일게이트는 가볍고 부드럽게 여닫을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됐고, 필요에 따라 열리는 정도를 중간 위치에서 고정할 수 있어 길이가 긴 짐을 실을 때 유용해 보였다. 또한 대형 카라반이나 트레일러까지 최대 3492㎏을 견인할 수 있다. 주행 중 트레일러의 균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스타빌리트랙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 등 다양한 트레일러 제어 기능도 포함됐다.

신형 콜로라도는 성능과 승차감을 끌어올리고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사양을 채용하며 고급화 전략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Z71 단일 트림의 가격은 개소세 인하 기준 7279만원으로, 전 세대의 4000만원대에 비해 다소 큰 폭으로 올랐음에도 초도 물량(400대)은 완판됐다.

지난해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콘셉트 모델 O100. KGM 제공

◆픽업트럭 신차 몰려온다

뒷부분에 화물을 싣는 공간을 별도로 갖춘 픽업트럭은 화물 운송용이라는 인식이 강해 그동안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무거운 짐을 운반할 수 있고 야외활동에도 적합해 캠핑, 차박 등 야외 여가활동이 늘어나며 점차 주목받고 있다.

카이즈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국내 픽업트럭 판매량은 9797대다. 앞서 2019년 4만2825대, 2020년 3만8929대, 2021년 3만902대, 2022년 2만9685대로 수요는 꾸준히 있지만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1인자인 KG모빌리티(KGM)의 렉스턴 스포츠가 노후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렉스턴 스포츠는 2018년 첫 출시된 뒤 부분변경 두 차례를 거치며 1세대 모델 판매를 이어오고 있다.

KGM은 국산 픽업트럭의 계보를 이을 전기 픽업트럭 ‘O100(프로젝트명)’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KGM은 앞서 토레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O100 콘셉트 모델을 지난해 공개했고,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6월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타스만 위장막 모델. 기아 제공

기아도 픽업트럭 시장에 도전장을 낸다. 기아는 브랜드 첫 픽업트럭 모델인 ‘타스만’의 위장막 모델을 공개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쯤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소형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판매하고 있지만 기아는 지금까지 고유 픽업트럭 모델이 없었다.

기아는 국내를 비롯해 픽업트럭 수요가 높은 호주, 아프리카·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 타스만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타스만은 호주 최남단 섬 타스마니아(태즈이니아)와 타스만(태즈먼)해협에서 따온 이름으로, 중형 픽업트럭이다. 록·샌드 모드 등 오프로드 특화 성능 시험, 내구성 시험 등 1777종의 시험도 거친 상태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