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인턴십에 현지 멘토링까지… 수도권大 비해 파격 조건 제공 [심층기획-외국인유학생 'K엘리트'로]

〈상〉지방대 사활 건 유치전
지역기업 인턴십 학점 인정제 운영
현지대학과 손잡고 복수학위제 개설
中 학생 많은 곳은 이중언어 강좌 등
지방 맞춤형 지원으로 공격적 유치

유치전 과열로 이탈자 속출 부작용도
국내 인재로 정착시킬 프로그램 필요

외국인 유학생 수는 늘었지만 이들이 재학 중인 학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대학이 밀집한 서울 소재 대학에 전체 유학생의 45%가 다니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존폐 위기로 몰린 지방대들은 저마다의 유치 전략을 수립하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유학생 모시기’에 나서고 있으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우려도 나온다.

3일 경북 경산시 경일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경북도 외국인 유학생 취업 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취업 슬로건이 적힌 손팻말을 펼쳐 보이고 있다. 경산=뉴스1

22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학위 과정(4년제·전문학사 등)과 비학위 과정(단기 어학연수 등)을 합해 20만8962명으로 집계됐다. 유학생은 2012년 8만6878명에서 2019년 16만165명까지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감소세로 접어들었다가 2022년부터 다시 증가 추세다.

과거에 비해 유학생의 수도권 쏠림은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비수도권 유학생 비중은 2022년 6만9735명(41.7%)에서 올해 9만2019명(44.0%)으로 소폭 증가했다. 경북은 같은 기간 유학생이 4838명(74.1%) 증가, 올해 1만1369명을 기록했다. 전남도 같은 기간 유학생이 73.6% 늘어 증가폭이 컸다. 그러나 수도권인 경기 역시 같은 기간 유학생이 69.6% 늘었다.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학 10곳 중 8곳은 한양대(8264명), 경희대(6929명), 연세대(6621명), 고려대(5520명), 중앙대(5355명) 등 서울 소재 학교다. 나머지 2곳도 경기에 위치, 모두 수도권 대학이다.

◆학사·지원제도 신설해 ‘유학생 모시기’

전국 각지의 대학은 유학생 유치를 위해 다양한 학사·지원제도를 신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구미대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는 유학생들이 학기 중에 기업에서 인턴활동을 하고 학점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대 18학점까지 인정받을 수 있어 외국인 유학생의 관심이 높다고 한다. 경운대와 가톨릭상지대, 영남대 등은 실용한국어 과정을 개설했다. 청주대는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점을 고려, 한국어와 중국어로 절반씩 강의하는 이중언어과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창원대는 유학생에게 한국어 수업료를 할인해 주고, 한국어능력시험(TOPIK) 4·5·6급 자격 취득 시 장학금을 지원한다. 장학금을 걸고 한국어 말하기 경진대회도 개최한다. 부경대는 외국인 유학생과 친구처럼 지내며 대학생활을 돕는 한국 학생들로 구성된 ‘I-Friend팀’을 운영하고 있다. 명절마다 한복 체험 등 다채로운 한국문화 체험 활동도 지원한다. 목원대 역시 유학생 전담 상담사 배치와 다양한 한국문화 체험 프로그램 운영, 한국어 교육 강화 등으로 유학생들의 한국 생활 적응을 돕고 있다.

해외 정부나 대학과 직접 손을 잡고 유치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목포대가 인도네시아 ITS대와 함께 도입한 전문 외국인력 양성을 위한 복수학위제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ITS대에서 1~3학년 교육을 받고 목포대에서 4학년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울산대는 중국 교육부 인가를 받아 자매 대학인 중국 대련과학기술대 등과 국제협력기구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공동학위과정을 개발하고, 정기적으로 온라인 입학·유학설명회도 개최하고 있다. 울산대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의 수도권 대학 선호·집중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지방대들의 유학생 유치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쟁 과열 우려에 불체자 등 문제도

지방대의 유학생 유치 경쟁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강원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국내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정원 외로 무제한 모집할 수 있어서 결국 ‘돈’이 되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경우 대학 입학이 힘들어서 가까운 우리나라로 유학을 많이 오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38.6%가 중국인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중도 이탈을 문제로 꼽는 이들도 적잖다. 배재대 관계자는 “국내로 유학 오는 아시아권 학생들에게 가장 강력한 유인은 높은 파트타임(아르바이트) 시급인데, 베트남 학생의 경우 한 달만 아르바이트를 해도 베트남 노동자 평균 임금의 세 배 이상을 벌 수 있다”며 “한국어 어학과정 종료 후 학위과정에 입학하지 않고 돈을 벌려고 떠나는 경우가 상당수인데, 이런 불법체류자 관리 문제가 전국 대학들의 과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예 외국인 유학생 유치전에서 손을 뗀 대학도 있다. 한림대는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유학생 유치 노력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대학 관계자는 “유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내국인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해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달 법무부 등과 협의를 통해 개편된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를 바탕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의 질 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춘천·안동·울산=배상철·배소영·이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