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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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북전단·오물풍선… 접경지 불안 눈감은 정부

北 타격 가능성 등 긴장 고조에도
尹 출범 후 김포·연천서만 간담회

살포 최다 강화·파주·강원 미개최
주민들 우려 목소리 사실상 외면

“주무부처, 선별적 의견수렴” 지적
통일부 “타 지역도 개최 검토 중”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도,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접경지역 주민 간담회를 여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지역에서 단 두 차례밖에 개최하지 않는 등 정부가 사실상 주민과의 소통에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북전단을 날린 우리 쪽 지역에 대한 북한군의 타격 우려도 제기되고, 북한이 부양한 오물풍선으로 주민들의 재산피해도 발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접경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연합뉴스

2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답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5월부터 지난 8월까지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가 이뤄지는 접경지역의 주민들과 간담회를 실시한 것은 지난 6월과 7월에 열린 경기도 연천군과 김포시 2곳뿐이다. 연천군수와 김포시장은 모두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이다. 통일부는 지난 7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접경지역 주민간담회 등 추가적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민들이 대북전단에 대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파주시에서는 간담회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파주시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주 활동 지역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경일 파주시장도 탈북민 단체가 전단을 살포하는 현장을 찾아가 제지한 바 있다. 대북전단에 대해 “표현의 자유”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통일부가 우려와 반대 목소리가 큰 지역 주민과 의도적으로 소통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강원도 접경지역 주민과의 간담회 역시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지난 7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한 지역신문과 인터뷰에서 “강원 접경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김 장관의 말과 달리 현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가 강원 지역 주민과 간담회를 갖거나 직접 의견을 청취한 사례는 없었다.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한 것이다.

 

현 정부 출범 후 민간단체들은 약 21차례 대북전단을 살포해왔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지난 정부 당시 제정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한 2023년 9월26일 이후 11차례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북한도 대북전단에 반발해 지난 5월28일 이후 21번이나 오물·쓰레기 풍선을 날려 보내며 긴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민간단체들은 약 21차례 대북전단을 살포해왔고 북한도 이에 반발해 지난 5월 이후 21번이나 오물·쓰레기 풍선을 부양해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국면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지난 정부 당시 제정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한 2023년 9월26일 이후 민간단체는 11차례 대북전단을 살포했으며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6월 대북전단에 대한 ‘새로운 대응’을 언급해 남측 대북전단 살포 원점타격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2014년 대북전단에 대한 보복으로 남측으로 고사총을 쏜 사례도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포와 연천 지역이 대북전단을 많이 날리는 지역이라 간담회를 개최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대북전단 살포가 10차례 이뤄진 강화와 5차례 이뤄진 파주시가 아닌 김포(4차례), 연천(1차례)에서만 간담회가 각각 한 차례씩 개최됐다. 접경지역 주민 불안감을 해소해주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6월 연천 주민과의 만남도 통일부가 주관한 간담회가 아니라 연천군 이장 협의회 월례회의를 계기로 통일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이다. 통일부가 주도한 것은 김포시 간담회 한 곳뿐이다.  

 

통일부는 두 차례의 간담회에서 “전단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재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고 경찰 등 유관기관 및 주요 활동 단체와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정부의 입장을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주민들은 “오랜 세월 겪어온 일이라 이곳 주민들은 무뎌졌다”, “50∼60년간 접경지역에서 살아와 익숙한 상황”, “대북전단이나 대남 오물풍선은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간담회에 나온 주민들은 대북전단에 대한 불안감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야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같은 지역 주민들은 상이한 반응을 보인다. 지난 6월 야당 의원들이 주최하고 참여연대가 주관한 긴급좌담회에 참석한 연천군 주민 오명춘씨는 “접경지역 주민들은 불안한 것을 넘어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의원은 “주무 부처가 의견수렴을 선별적으로 하는데, 어떻게 실효성 있는 진단과 대책이 나올 수 있겠냐”며 “대북전단에 대한 우려와 접경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에 대해 들으려고 하지 않고 정권의 방향에 맞는 의견만 선별적으로 수렴하는 이른바 ‘답정너’ 프로세스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효성 있는 진단과 대책을 만드려면 같은 당 소속 단체장들이 있는 조직에서 나오는 외형적인 이야기만 듣는 게 아니라 불편하더라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지역들의 주민들을 만나고 직접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도 간담회를 개최할 의사가 있냐는 질의에 “검토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날짜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구현모·김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