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가을 폭우로 전남에서 아내 마중을 가던 80대 남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3일 전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35분쯤 장흥군 장흥읍 평화저수지에서 김모(8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지난 21일 오후 6시27분쯤 장흥군 장흥읍 자신의 주택 근처 배수로에 빠져 실종된 바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방범카메라를 확인하고 나서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김씨를 찾지 못했다. 전날 헬기와 드론, 수색견 등을 투입해 평화저수지와 하천 등을 따라 수색작업을 벌였다.
김씨가 실종된 지난 21일 장흥 지역엔 시간당 70mm가 넘는 집중 호우가 쏟아졌으며 누적 강수량은 231.6mm를 기록했다. 경찰은 김씨가 치매를 앓던 아내가 귀가하는 시간에 맞춰 150m 떨어진 마을 입구로 마중을 갔다가 물이 불어난 배수로에 빠진 뒤 하천 급류에 휩쓸려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전남소방본부 관계자는 “재활 치료를 위해 주간보호센터에 다니는 아내가 집에 올 때 (실종된) 할아버지가 매번 마중을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사고 당일 보이지 않자, 센터 직원이 할아버지 아들에게 연락하면서 신고가 접수됐다”고 전했다.
해당 마을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이웃의 비보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김씨는 아내가 치매를 앓게 되자 요양병원으로 보내지 않고 직접 간호하며 성심껏 돌봤다고 한다. 아내를 매일 마중하는 등 마을에서 ‘잉꼬부부’로도 유명했다. 마을 이장 고상희(77)씨는 연합뉴스에 “김씨가 미국에서 살다 귀향하셨는데 점잖고 학식도 풍부해 늘 중요한 일을 상의해 왔다”며 “연세에 비해 건강하시고 직접 운전할 정도로 인지력도 좋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 외에도 전국 곳곳에서 폭우 피해가 잇따랐다. 경남 김해에서는 지난 20일부터 전날까지 이틀간 426.8㎜의 물폭탄이 쏟아지며 김해 금관가야의 대표 유적지인 ‘대성동고분군’의 서쪽 사면 일부분(약 96㎡) 무너져 내렸다. 부산에서는 지난 21일 맨홀에서 역류하는 물 때문에 아스팔트가 산산조각 나고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 등 차 2대가 빠지기도 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비가 쏟아진 지난 20일부터 전날 오전 5시까지 전국 7개 시·도(부산·충북·충남·전남·경북·경남)에서 1501명이 대피했다. 전국 농경지 4116ha가 물에 잠겼다. 도로침수 107건, 토사유출 21건, 주택침수 170건 등 시설 피해도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