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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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때 외면받던 배추 청잎이 식품박람회서 호평받은 이유 [수민이가 궁금해요]

배추 청잎으로 김치 담근 아워홈 ‘구씨반가 청잎김치’
‘시알 파리 2024’ 레디밀·케이터링 부문 혁신 제품상 수상

배추 청잎이 김치의 맛과 위상을 바꿔 놓았다. 

 

김치를 담글 때 대부분 떼어 버리는 배추 바깥쪽 푸른 잎을 활용한 국내 식품 대기업의 ‘청잎김치’가 국제 식품박람회에서 호평을 받은 것이다. 폐기물 취급을 받던 배추 청잎이 새로운 김치 제품으로 재탄생하면서 ‘밥상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추 바깥쪽 청잎을 이용해 김치를 담근 아워홈의 ‘구씨반가 청잎김치’가 오는 10월 열리는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 ‘시알 파리 2024’(SIAL PARIS 2024)에서 최우수 제품에 선정됐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시알 파리는 매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식품 전시회다. 음료·식료품·대체식품·레디밀 등 10개 부문에 혁신상 후보 제품을 심사한다.

 

올해 60 주년을 맞이한 SIAL PARIS(시알 파리) 프랑스 국제 식품 전시회가 오는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자료 사진

아워홈이 선보인 ‘구씨반가 청잎김치’는 배추 청잎을 원재료로 개발한 제품이다. 배추 청잎은 식물성 색깔 영양소인 ‘파이토케미컬’ 성분이 풍부하지만 부산물 정도로 여겨져 왔다.

 

아워홈은 배추 청잎을 한 장씩 켜켜이 쌓은 후 직접 말아 업사이클링 수제 김치인 청잎김치를 선보였다. 이 김치는 대중성과 자원 선순환 측면에서 글로벌 식품 산업 전문가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구씨반가 청잎김치’는 구자학 아워홈 선대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탄생했다.

 

구 선대회장은 청잎의 영양적 이점과 고소한 맛을 살린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김치연구팀에 개발을 지시했으며 오랜 연구개발 끝에 제품화에 성공했다.

 

오늘 10월 개막하는 세계 최대 식품 전시회 시알 파리2024에서 아워홈의 '구씨반가 청잎김치' 제품이 레디밀·케이터링 부문 혁신 제품상을 수상했다. 아워홈 제공

실제로 청잎은 배추 내부 흰잎에 비해 베타카로틴, 엽록소, 식이섬유 등 영양소가 풍부하며 고소하고 시원한 맛을 가지고 있음에도 거친 질감으로 인해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아워홈은 청잎의 고소한 맛과 바삭한 식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양념 배합비를 찾아내어 적용했다. 특히 청잎김치 개발을 통해 그동안 김치 제조 시 폐기되어 왔던 청잎 중 45% 이상을 업사이클링해 폐기물을 감소시켰다.

 

아워홈 관계자는 “국내 김치 완제품 최초로 세계 최대 식품박람회에서 혁신 제품 본상을 수상하게돼 영광이다“라며 “앞으로도 맛과 영양은 물론, 친환경을 고려한 제품 개발을 통해 김치의 세계화에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배추 가격이 포기당 1만원이 넘는다”며 “버려지던 청잎을 활용한 김치가 대중화되면 주부들의 김장 비용 부담도 다소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올 여름 유난히 더운 날씨에 배추 작황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배추 값이 치솟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에는 소비자 가격이 2만원이 넘는 배추가 등장하면서 ‘김치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배추 상품 한 포기당 소매가격은 8989원으로 나타났다. 19일에는 9337원을 기록해 올해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1년 전(6193원) 대비 69.49%, 평년(7217원) 대비 32.65%가 각각 오른 가격이다.

 

‘금배추’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배추를 재료로 한 일부 식당에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서울 강남의 A한식당은 “김치찌개 주문이 들어올까 겁난다”며 “배추 김치도 밑반찬으로 내놓치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한국의 기후 변화로 배추의 품질과 생산량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하며 고온 현상이 이대로 지속되면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배추를 더 이상 생산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