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결과가 조금 이상하게 나오면 민주당 지도체제 전체가 위기를 겪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3일 전남 영광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중 유튜브 라이브에서 “이번 선거는 소위 ‘2기 지도부’를 맡아 처음 치르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소규모 보궐선거이지만 이 선거가 가지는 의미가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10·16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를 두고 경쟁 중인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을 겨냥해 ‘고인 물’이라며 호남 내 ‘민주당 견제’ 심리를 자극하자, 이 대표가 직접 ‘민주당 패배=이재명 지도부 위기’ 논리를 꺼내 전통적 민주당 지지세 결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진행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번 선거가 가지는 의미는 곡성·영광의 군수가 누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정권에게 국민들이 다시 회초리를 들어 책임을 묻는 의미가 크다”며 “이 정권에는 ‘선거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과반 정당’인 민주당의 힘을 과시했다. 그는 “선거 막바지가 되면 후보들 공약은 다 비슷해진다. 결국 예산 확보를 실질적으로 누가 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무소속이나 소수정당이 잘하겠나, 아니면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이 예산 확보를 더 잘하겠나”라고 말했다.
혁신당은 이에 “그런데 민주당은 그동안 영광·곡성을 포함한 호남 발전을 위해 예산 확보 잘하셨냐”고 반문했다.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번엔 혁신당을 밀어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최근 국회 본회의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표결에 조국 대표 등 혁신당 의원들 다수가 불참한 데 대한 비판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영광 한달살이’를 시작했다고 알리면서 “저는 본회의 출석은 반드시 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현장에서 웃음이 터졌다. 혁신당 조 대표는 추석 연휴 전부터 영광·곡성군수 재선거 지원을 위해 ‘호남 한달살이’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런 민주당의 공세는 ‘고인 물’·‘상한 물’ 논쟁으로 이어졌다. 조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혁신당에 대해 ‘상하기 시작했다’며 비방하는 분이 있는데 과하다”며 “오히려 경쟁해야 안 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혁신당 후보 출마로) 호남에서 정치 혁신을 위한 새 선택지가 생겨 좋아하는 분들 매우 많다”며 “이 열망에 부응하는 게 어찌 상하기 시작한 거냐. 열망을 외면하고 경쟁을 억압하는 게 상하기 시작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전날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이 혁신당의 표결 불참을 두고 “이미 ‘고인 물’을 넘어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조 대표는 최근 영광·곡성군수 재선거와 관련해 “호남은 사실상 민주당 일당 독점 상태”라며 “고인 물은 썩는다. 흐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 민주당의 반발을 산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