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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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구급대 콜이 응급실 수락용으로 변질”… KSN, 중증 응급환자 이송의 문제점 논의

“뇌졸중 환자를 진료 안되는 뇌졸중 센터로 이송”
“119 구급대원이 병원 방문 전 연락하는 것은 수용 여부 보다는 병원에 알리는 목적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응급실 수락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변질돼 환자들이 응급실 방문시간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지난 21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대한뇌졸중학회가 개최한 ‘제2회 한국 뇌졸중 네트워크(Korean Stroke Network·KSN) 2024’에  참여한 소방청 구급역량개발팀 오희석 과장은 최근 ‘응급실 뺑뺑이’를 유발하는 원인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오 과장은 “현재 소방청은 뇌졸중과 같은 중증응급질환 환자들을 신고 당시부터 조기평가하기 위해 상황실에서부터 환자분류작업을 하는 사업을 2024년 계획하고 있다”며 “해당 사업이 적절하게 실현되어 더 많은 환자들이 골든타임 내 초급성기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심포지엄은 중증질환의 적기에 치료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중증질환 취약지역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2월부터 시작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네트워크, 인적네트워크 사업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인 동아대병원 김대현 교수(동아의대 신경과)는 “현재 뇌졸중 의심 환자가 119신고 후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30분 이상 소요된 경우가 전체의 65.5%로 이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있다“며 “이는 뇌졸중 의심 환자의 수용 여부를 응급실에서 결정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부산경남 지역 권역센터인 동아대병원의 경우에도 뇌졸중 환자 중 33.4%가 타병원에서 전원 온 환자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현재 지역응급의료기관 중 30% 이상은 24시간 급성기 뇌졸중 진료가 불가능한데 119 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이 ‘병원 전 뇌졸중 선별검사가 양성인 경우에는 즉각적인 혈전용해치료가 가능한 지역응급의료기관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이송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초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 센터 확충과 동시에 표준지침의 개선이 필요하”고 강조했다.

 

대한뇌졸중학회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와 차재관 KSN 위원장 및 부이사장(동아의대 신경과). 

김성헌 교수(강원의대 신경과)는 의료 취약지역 중 하나인 강원지역 권역네트워크의 경우 강원대학교병원 중심으로 총 6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의 문제와 함께 119에서 권역센터가 아닌 초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어려운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되는 경우가 아직도 많아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음을 지적했다. 김교수는 급성 심뇌혈관질환의 경우 권역센터의 각 전문진료과의 의료진이 주도하는 환자분류시스템(triage system)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는 10개의 권역심뇌혈관질환 네트워크가 운영 중이다.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총 954건의 환자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급성기 치료를 받았으며, 그 중 뇌경색은 총 471건, 뇌출혈은 143건이었다. 

 

심포지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인적네트워크 사업의 경과도 공유됐다.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총 295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았고 이중 108건이 뇌경색 환자였다. 인적네트워크로 매칭되어 치료받은 뇌경색 환자의 89%가 적절하게 매칭되어 전원 후 진료를 받았으며, 매칭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대부분 10분 이내였다.

 

대한뇌졸중학회 김경문 이사장(성균관의대 신경과)

대한뇌졸중학회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는 “현재 적절한 뇌졸중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지역의 뇌졸중센터가 부족한 상황이고 현재 네트워크 사업 지원 비용도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권역·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365일 24시간 유지되는 뇌졸중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뇌졸중학회 김경문 이사장(성균관의대 신경과)은 “현재 여러 인적네트워크와 권역심뇌혈관센터 네트워크 사업의 지속과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병원 전단계부터 적절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뇌졸중 치료는 응급실 도착하기 전 119 이송하는 과정부터 시작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병원 전단계에서 119 구급대와 뇌졸중 의료진 간의 소통이 환자를 파악하고 치료계획을 세우는데 중요하고, 이러한 소통을 통하여 적절한 뇌졸중 센터로 이송하고 적절한 병원으로 전원해야 뇌졸중 치료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며, “학회는 지속적인 KSN 심포지엄을 통하여 한국의 뇌졸중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뇌졸중 치료에 참여하는 의료진, 소방청의 의견을 경청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