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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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아닌 우리 동네 청년으로 봐줬으면” [심층기획-외국인유학생 'K엘리트'로]

몽골 국적 유학생 어용에르덴씨

외국인등록증 받기 전 두 달 제약 많아
온라인 결제 등 제도 개선 필요성 지적
동아리 가면 ‘외국인 불가’ 문전박대도

“일상생활에서 불편하거나 부담을 주는 시선은 그리 느껴보지 않았어요. 외모로만 보면 평범한 한국 학생 같아서 아닐까 짐작합니다.”

인하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몽골 국적의 어용에르덴(22·사진)씨는 외국인과 마주하는 한국의 인식을 ‘개방’이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이달 20일 인하대 용현캠퍼스에서 만난 그는 제3세계 출신 외국인 유학생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이같이 답하며 무턱대고 견제·혐오로 일관하던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 같다고 알렸다.

어용에르덴씨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출신이라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K드라마를 많이 접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간접적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예컨대 조선왕조 궁중음식의 전통과 맛을 선보인 사극 ‘대장금’을 통해 한복이나 고유 먹을거리에 관심이 커졌으며, 고향에는 없는 사통팔달 연결된 지하철은 무엇보다 직접 경험하고 싶은 대중교통이었다.

그는 2021년 6월 일우재단의 인재양성 프로그램 지원 대상에 선발돼 이듬해 2월 인하대(글로벌금융학과)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해외에서 이미 한국어능력시험(TOPIK) 기준 등급 이상을 획득한 터라 대화나 학기 진행에 큰 무리가 없었다”면서 “다만 언어적인 장벽을 극복하지 못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일부는 수업에 뒤처지기도 했다”고 학업 상황을 알렸다. 이어 “심지어 같은 출신국 학생들이 모여 그들만의 무리를 형성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내·외국인 간 경쟁에서 출발선이 다르므로 배려의 문화가 무엇보다 요구된다는 게 어용에르덴씨 생각이다.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을 나타낸 그에게도 가슴속 깊이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방송댄스를 좋아했던 터라 신입생 때인 2년 전 대학 춤동아리를 찾아갔는데, ‘외국인 지원 불가’라며 매몰차게 가입을 거부당했다. 시간이 흘러 그때 상처는 많이 무뎌졌지만 아직도 한국인을 대할 때 그때의 기억으로 위축이 되거나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관련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묻자 어용에르덴씨는 처음 입국하고 신분증 발급이 이뤄지는 기간에 활동 제약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무부 출입 당국의 외국인등록증을 받는 데 2개월가량 걸린다”며 “유학생들 사이에선 이 기간 ‘우리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씁쓸해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국내에 체류하면서도 외국인인 탓에 신원을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이 필수적인 온라인상 결제가 전적으로 불가능하다.

졸업을 1년여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앞으로의 고민은 적지 않다. 당장 한국에서 안정적인 취업이나 미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 달 평균 임금이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인 몽골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꿈을 좇아 지금의 자리에 온 만큼 학교를 떠나기 전 대기업에 취업하는 게 그가 바라는 장밋빛 청사진이다. 어용에르덴씨는 “한국과 몽골은 각기 ‘빨리’, ‘느릿’의 다른 정체성을 갖는다”며 “이제 인천에서 둥지를 튼 지 2년이 흘렀다. 이방인이 아닌 우리 동네 청년으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고 웃음 지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