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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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GA 설계사들, 고객 보험 ‘부당 승환’ 유도

중요사항 비교 없이 3502건 계약 해지
금감원 “정착지원금 탓” 엄중 제재 방침

대형 GA(법인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 A씨는 2022년 1월12일부터 지난 3월8일까지 무배당 종신보험 등 16건의 계약을 새로 체결하면서 고객이 기존에 보유한 18건의 보험계약 해지를 유도했다. 기존 보험과 새로운 보험의 보장이 상당 부분 유사하고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는 전보다 증가했지만, A씨는 이런 중요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금융감독원은 5개 대형 GA를 대상으로 2023년부터 지난달까지 이 같은 보험 부당 승환(갈아타기) 사례를 조사한 결과 설계사 351명이 2687건의 새 계약을 모집하면서 6개월 내 소멸된 기존 계약과 중요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그 결과 고객들은 기존에 보유한 3502건의 보험계약을 해지했다.

금감원은 GA 간 과당 경쟁 결과 타사 설계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지급한 이른바 ‘정착지원금’이 부당 승환을 불렀다고 봤다. 거액의 정착지원금을 받은 설계사는 실적 압박 부담으로 새 계약을 성사하려고 기존 계약과 신계약의 중요사항 비교 안내를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2~2023년 대형 39개 GA에서 경력설계사 1만4901명에게 2590억원의 정착지원금이 지급됐다. 가장 많이 지급한 GA는 1인당 4433만원을 줬다.

내부통제도 미흡했다. 한 GA는 지역본부장이 회사 내규를 초과한 정착지원금을 지급했어도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39개 GA 중 12개사는 본사 통제 없이 지급했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GA와 설계사에 과태료, 기관제재 등을 가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계 자율로 마련한 정착지원금 운영 모범규준에 따라 분기별 내역을 공시하도록 하고, 4분기 중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