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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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지키겠다는 울산 시민들, 주식 갖기 운동 벌여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업체인 고려아연의 주식을 사들이는 ‘고려아연 1인 1주 갖기 운동’이 울산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의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자, 고려아연의 사업 거점인 울산에서 기업을 지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24일 국제라이온스협회, 중소기업융합울산연합회 등 6개 단체가 고려아연 지키기 주식 갖기 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했다. 하루 전날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선 50개 시민단체루 꾸려진 울산범시민사회단체연합 등 4개 단체가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고려아연의 위기는 울산의 안정적인 일자리 뿐 아니라 수소·이차전지 소재 등 울산의 미래 먹거리산업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사모펀드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를 반대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직원 2000여명으로,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4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 23일 재울산연합향우회는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을 벌인다고 밝혔다. 울산시 제공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은 지난 16일 김두겸 울산시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김 시장은 “고려아연이 MBK와 영풍에 인수되면 울산의 고용시장과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에 120만 시민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일 1호 매입자로 나섰다. 20일엔 이윤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이순걸 울주군수가 2·3호로 주식을 매입했다. 울산상공회의소 회장단과 울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진보당 울산시당 등 지역 정치권도 비슷한 시기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번 경영권 분쟁은 지난 13일 MBK 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가 되기 위해 다음 달 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최소 7%, 최대 14.6%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히면서 본격화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공동설립자인 고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1974년 설립했다. 이후 고려아연은 최씨 가문이, 영풍그룹은 장씨 가문이 경영을 맡아왔다. 2019년 3세대인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대표이사에 오른 뒤 이차전지 소재 등을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이 불거졌다. 현재 최씨 가문과 장씨 가문의 고려아연 지분은 32% 내외로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19일 김두겸 울산시장이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의 1호 매입자로 나선 뒤, 인증하는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의 지분 공개매수에 대해 “고려아연을 노린 사모펀드의 적대적 M&A”라며 “경영권을 인수한 뒤 해외 자본에 매각한다면 국가 기간산업 관련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공개매수는)독단적 경영 행태를 일삼는 경영대리인의 전횡을 막고, 최대 주주로서 경영권 강화 및 경영 정상화를 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MBK 관련 중국 자본 및 해외매각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선 “MBK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한 펀드에 중국국부펀드 자본은 5% 내외로, 아주 미미한 규모”라면서 “MBK도 중국에 매각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고 반박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