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가을 초입까지 이어진 가운데 기후변화 영향으로 ‘가을 태풍’ 역시 거세질 것이라는 민간 연구소의 전망이 나왔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태풍 피해 복구액 90% 이상은 가을 태풍 때문에 집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사단법인 넥스트가 발간한 이슈브리프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 본격적인 태풍피해는 가을부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태풍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계절은 여름(6~8월)이지만, 피해는 가을(9~11월)에 집중됐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태풍 피해복구액 4조6363억원 가운데 95%(4조3887억원)가 가을태풍 때문이었다.
기상청 태풍발생현황통계에 따르면 1951년 관측 시작 이래 지난해까지 태풍이 국내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계절은 여름이었다. 총 236개의 태풍 중 178개가 여름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줬다. 가을철 태풍은 55개에 그쳤다. ‘태풍은 여름철 기상현상’이라는 인식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실제 금전적 피해를 야기한 ‘피해 태풍’으로 범위를 좁히면 다른 양상이다. 넥스트는 행정안전부 재해연보에서 자산피해가 집계된 경우를 ‘피해 태풍’으로 정의하고 계절별로 발생횟수와 피해복구액을 나눈 결과 여름태풍은 47%(20회)가 피해로 이어졌고, 가을태풍은 75%(18회, 전환기 태풍 포함)가 피해를 남겼다고 밝혔다.
피해복구액도 가을태풍이 압도적이었다. 최근 20년간 각 태풍의 피해복구액 순위를 보면 상위 1~4위가 모두 가을태풍이다. 2003년 9월12일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가 무려 10조6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남겼고, 2위 산바(2012년 9월15일), 3위 미탁(2019년 10월1일), 4위 힌남노(2022년 9월3일)도 모두 조 단위 피해복구액을 기록했다.
넥스트는 기후변화로 태풍 발생 시기가 점점 가을로 옮겨가고 있어 가을태풍 피해가 더 커질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가을태풍의 빈도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비중도 과거 20%에서 최근 33%까지 늘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쓴 송강현 책임연구원은 “기후변화로 가을태풍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