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 명품 가방을 건넨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입건된 최재영 목사를 재판에 넘기라고 권고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즉각 수용하라고 검찰에 촉구했다. 가방을 받은 김 여사를 무혐의로 판단했던 검찰은 가방을 건넨 최 목사를 기소해도, 안 해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진퇴양난 형국에 빠졌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25일 당 논평에서 “명품 백을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직무 관련성이 없어 죄가 없다던 검찰의 억지 논리가 깨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대변인은 “피의자인 최 목사는 ‘나를 처벌해 달라’고 항변하는데, 변호사도 아닌 검찰이 최 목사의 무죄를 주장하는 촌극을 빚은 이유는 하나”라며 “최 목사가 무죄여야 김 여사도 무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여사 호위부대를 자임한 정치검찰의 자폭 쇼”라고도 질타했다. 그러면서 “청탁금지법의 취지 그대로 준 사람과 받은 사람, 최 목사와 김 여사를 모두 기소해 법의 심판대에 올리라”고 했다.
법조계와 학계 등 외부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수심위는 전날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하라고 검찰에 권고했다. 사실상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고가 가방 등을 건넨 데는 청탁성이 있다고 수심위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 목사의 명예훼손, 주거침입,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다.
자신을 기소하라는 입장인 최 목사는 윤 대통령 취임 후인 2022년 6∼9월 김 여사에게 디올 가방을 비롯해 180만원 상당 샤넬 화장품 세트, 양주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고가 물품을 건넨 이유는 김창준 전 미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및 사후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송출 재개를 김 여사에게 청탁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최 목사의 주장이다.
이번 수심위는 김 여사가 최 목사에게 가방을 받은 행위에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던 수심위와는 별도로 구성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도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2개의 수심위가 동일한 사건에서 정반대 결론을 내리면서 검찰은 난감해진 상황이다. 청탁 명목으로 ‘뇌물’을 준 사람은 재판에 넘기고, 받은 사람은 불기소 처분할 경우 야권의 공세가 거세질 뿐 아니라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크게 하락할 우려가 있어서다.
수심위의 권고는 강제력이 없는 만큼 검찰이 어떤 처분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 사안은 다음 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및 서울고검 산하 지방검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