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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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결론 내놓고 시간끌기?…개미들 속태우는 민주당 [뉴스+]

친명계 좌장 정성호, 금투세 폐지 주장
민주당 시간 끌기에 “진짜 역할극이냐”

지난 24일 금융투자세 시행 여부를 놓고 찬반 토론을 한 더불어민주당이 유예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식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성난 개미투자자들의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고 보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24일 토론회에서도 결론을 내지 않고, 대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에 나서겠다며 상법 개정만 당론으로 정했다. 이르면 내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내 의견을 더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4일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유예팀’과 ‘시행팀’으로 나뉘어 토론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이소영 “당 분위기 유예 쪽으로 기울어”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금투세 폐지를 주장했다. 정 의원은 “처음에는 유예 입장이었는데 최근 상황을 보니 유예하는 것이 시장의 불안정성을 더 심화시킬 것 같다”며 “폐기하는 게 낫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전날 진행된 금투세 시행∙유예 찬반 토론과 관련해선 “갈등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강화, 증폭시키는 과정이었다”며 “토론에 맡길 게 아니라 지도부가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해당 토론회에서 ‘유예팀‘에 속했던 이소영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예측을 묻는다면 어제 토론회를 통해서 유예 쪽으로 확실히 기울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도부 입장이 유예로 기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도부 몇몇 분들의 의견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유예로 기울었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운데)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1400만 개인투자자 살리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촉구 건의서 전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유예가 아니라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지금 같은 증시 상황에서 세금까지 도입하면 우리 증시가 무슨 매력이 있겠느냐라는 공감대가 있는 상황에서 ‘유예냐 폐지냐’ 하는 것은 이미 시행 예정인 법안이 있는데 부칙을 개정해서 미뤄놓고 나중에 얘기할 거냐, 또는 일단 폐기하고 나중에 재도입할 거냐는 법기술적인 문제”라며 “알맹이가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만약 유예로 결정할 경우 앞으로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등 대형 선거가 줄줄이 있는 점에서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역할극’ 논란

 

민주당이 시간을 끌면서 이강일 의원 말대로 ‘역할극’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결정은 났지만 당내 의견이 갈리다 보니 ‘시간 끌기’로 반대쪽을 설득할 명분을 쌓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회원들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금융투자세 시행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같은 날 민주당 정책토론회장에서 금투세 폐지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금투세 토론회에서 ‘시행팀’에 속했던 이강일 의원은 지난 23일 금투세 시행에 반대하는 유권자 문자메시지에 “토론회는 역할극 일부”라고 답한 사실이 주식투자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이 의원에게 사과와 해명을 지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신주호 상근부대변인은 23일 논평을 내고 “국민적 관심을 끌 요량으로 앞에서는 토론하겠다고 해놓고,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역할극을 펼치는 기만술 아니겠느냐”며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쇼에만 매진하겠다는 민주당은 누구를 위한 정당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은 금투세 논란 초반에는 진성준 정책위의장 같은 ‘시행파’가 공개 목소리를 냈지만, 지금은 유예에 이어 폐지 주장까지 내며 결론 공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