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극심했던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가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25일(현지시간) 발간한 연례 글로벌 기술 보고서에서 “AI 칩과 AI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및 노트북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칩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전 세계적인 공급망 위축이 이어진 가운데 재택근무 확산으로 전자기기 수요가 증가하며 전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AI 관련 시장이 매년 40∼55%씩 급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시장 규모가 1조 달러(약 13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오픈AI의 챗GPT로 대표되는 거대언어모델 AI 외에 휴대폰 등에 장착된 AI 등까지 일반화되며 다시 반도체 부족 현상을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거대 AI 모델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용 AI 칩 시장은 엔비디아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AMD 등이 도전하고 있고, 메타 등 거대정보기술(빅테크) 기업들도 자체 설계에도 나섰다. 미 반도체업체 퀄컴 등은 스마트폰과 PC에 탑재돼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 자체에서 AI 앱을 실행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칩을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기술 개발에만 나서고 있을 뿐 대량생산은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AI 모델 훈련에 필요한 GPU와 AI 전자 기기에 대한 수요가 칩 부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베인은 분석했다. 베인의 기술 실무 책임자 앤 호커는 “GPU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공급망의 특정 요소에 공급 부족이 발생했다”며 “GPU 수요 증가와 PC 교체 주기를 가속화하는 AI 기기의 물결이 만나면 칩 공급에 더 큰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반도체 공급망은 매우 복잡해 AI 수요가 20% 이상 증가하면 균형을 깨고 칩 부족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임계점을 넘어 공급망 전반에 걸쳐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설계와 생산이 분리돼있고 ASML 등 생산설비 제조 기업수도 한정돼있는 반도체 업계의 특성상 공급망의 한군데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대규모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지정학적 긴장과 무역 제한, 기술 기업들의 중국과의 공급망 분리로 인해 칩 공급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서 “공장 건설 지연과 자재 부족 및 기타 예측할 수 없는 요인으로도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