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커피를 1잔만 시켜 놓고 장시간 떠나지 않고 있는 손님들 때문에 일본 카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4일 일본 매체 아에라닷은 지난해 일본 내 카페 파산 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2023년에는 전국에서 72건의 카페가 파산했는데, 이는 전년의 34건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최근 일본의 카페에서는 요즘 원격 근무를 하는 사람들의 방문이 증가하면서 커피 한 잔으로 장시간 머무는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매체가 만난 한 28세 IT업계 회사원은 “집에서 집중하기 어려워 카페에 간다”고 말하며,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도 4시간 이상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커피 한 잔의 가격이 약 420엔(약 3900원) 정도인데, 이 가격으로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웹 디자이너인 쿠미 와타나베씨는 카페에서 평균 3~4시간을 보내며 때로는 10시간 이상 머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는 커피와 케이크를 함께 주문하지만, 총 비용이 1000엔(약 9300원)도 되지 않는다며, 카페가 제공하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과거 일본의 카페들은 주로 짧은 시간 동안 이용하는 손님들 덕분에 회전율이 높아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장시간 머무는 손님들이 증가하면서 회전율이 떨어지고, 이는 카페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카페 점주들은 커피 가격을 올릴 것인지, 아니면 손님의 이용 시간을 제한하여 회전율을 높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카페는 90~120분 정도의 이용 시간 제한을 두고 운영하기도 하며, 손님이 시간을 채우면 종업원이 다가와 “시간이 다 됐다”고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일부 손님들은 카페 이용을 줄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여 점주들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한 카페 사장은 커피 한 잔에 350엔(약 3200원), 리필은 250엔(약 2300원)을 받고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많은 손님이 찾아와 자신의 커피를 마셔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손님들이 가격을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오아시스’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러한 가격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페에서 일하는 손님들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단골 손님들이 떠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는 15석 정도의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저녁 메뉴를 준비할 시간도 없이 커피 한 잔만 시키고 일하는 손님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그는 경영을 고려할 때 회전율을 높이거나 가격을 올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현재 그는 90분의 이용 시간 공지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카페에서 장시간 머무는 손님이 이슈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올해 4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고객이 두 개의 좌석을 차지해 자신의 작업 공간을 마련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 고객은 한 테이블에 얼굴을 가릴 정도로 큰 모니터를 설치하고, 옆 테이블에는 거치대를 두어 그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았다. 테이블 위에는 충전기와 케이블, 멀티탭, 그리고 키보드 등의 물건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고, 주변은 마치 개인 사무실처럼 변해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한 남성이 스타벅스 매장에서 듀얼 모니터를 설치하고 작업하는 모습이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남성은 카페의 테이블을 자신의 사무실처럼 활용하며, 주변 손님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상황을 초래했다.
또한 서울 은평구의 한 카페에서는 중년 남성 두 명이 프린터를 가지고 와서 2시간가량 개인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이 전해졌다. 이들은 카페의 테이블을 차지하며, 일반 손님들이 이용할 공간을 줄이는 행태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