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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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 복역’ 사형수, 58년만에 누명 벗었다...“억울해서 못죽는다” [뉴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복역한 사형수로 알려진 일본 하카마다 이와오(袴田巖·88) 씨가 법원에서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살인범으로 붙잡힌지 58년 만이다.

 

세계 최장 수감 사형수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한 일본의 하카마다 이와오(88). 사형선고를 받은 지 58년 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 AP 연합뉴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시즈오카현 지방법원은 이날 하카마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확정 사형수가 재심에서 무죄가 나오는 건 약 35년 만이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5번째다. 무려 48년 동안 사형수로 수감생활을 한 그는 2013년 세계 최장 수감 사형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전직 프로 복서인 하카마다는 1966년 자신이 일하던 제조업체에서 4명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1980년 사형이 확정됐다.

 

당시 사법부는 사건 발생으로부터 1년 2개월 후 발견된 의류에서 그의 혈흔을 증거로 인정했다. 그러나 하카마다 측은 무죄를 호소했다. 일반적으로 혈흔은 1년이 지나면 검게 변하고 붉은 기가 사라지는데, 증거로 채택된 의류에는 붉은색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카마다는 조사 초반 살해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이후 경찰이 잔혹하게 구타까지 가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카마다는 계속 무죄를 호소했고 10년 전인 2014년에는 재심과 석방을 인정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48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하다 78세 노인이 돼서 석방된 것이다.

 

이후 검찰의 불복 신청으로 결정이 취소됐다가 변호인이 특별 항고를 하고, 2020년 최고재판소가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뒤 지난해 3월에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총 15번의 심리 끝에 시즈오카 지방법원은 하카마다에게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현지 사법부는 재심 무죄 판결 사유로 “수사 기관에 의한 증거 조작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카마다는 2018년 AFP에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매일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면 승리로 가는 길은 없다”고 말했다.

 

강제 자백 등으로 살인 유죄 판결을 받은 후 거의 60년 동안 사형수 생활을 해온 88세의 전직 복서 이와오 하카마다(왼쪽)가 25일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에서 지지자의 도움을 받으며 산책을 하고 있다. 시즈오카=AP 뉴시스

88세가 되어서야 무죄 선고를 받은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재심 판결을 직접 보지 못했다. 다만 평소 그의 대리인 역할을 해 온 91세의 누나 히데코가 무죄 선고가 나온 뒤 깊이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밝혔다.

 

한편, 현재 일본에 남아있는 사형수는 107명이다. 사형제도가 존치하는 일본에서는 언제나 교수형으로 사형을 집행하며, 사형수들에게는 집행 몇 시간 전에서야 통보한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