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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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교 학점은행제의 성공적인 전면도입을 위한 제언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고교 학점은행제 도입은 기존의 교육과정에 얽매이지 않고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원하는 수업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본래의 도입 취지다.

 

당장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지만 과연 성공적으로 제도가 정착될 수 있을까. 필자는 회의적이다. 우리의 교육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제도운용 방안도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급격한 학생 수 감소와 엄연한 대학입시의 현실은 최대의 걸림돌이다. 입시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다수 학생은 국·영· 수 등 수능 교과목 위주로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또한 학생은 줄어들고 있는데 학교별 다양한 교과목별 교사의 확보는 난제 중 난제다.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 전 총장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한 변형된 권역별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수업방식을 제안한다. 변형된 플립러닝 방식이란 수업은 온라인으로, 시험은 오프라인으로, 온라인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학습 진도를 점검하는 형성평가를 통해 진행하는 방식이다. 교과목의 성격에 따라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의 비율을 조정하고, 형성평가 방식을 달리하면 학점은행제 도입의 걸림돌인 다양한 교과목 개설 및 교원 수 확보 등의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다.

 

국내 유일의 국립 원격 교육대학인 한국방송통신대의 유노캠퍼스의 사례는 참고할만하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가 창궐해 외국인 학생이 국내 입국이 어렵고, 국내 수업이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울 때 국내의 모든 대학에 한국방송통신대의 1000여 교과목 콘텐츠를 개방하여 무상으로 온라인 수업을 공유해 코로나 때의 위기를 극복했다. 

 

한국방송통신대 52년의 교육 역사 속에서, 10만 명의 학생이 핸드폰과 PC 등에서 수강하는 검증된 교육 방법을 일부 조정 활용해 고교 학점은행제로 운영한다면 현재의 고교 학점은행제 운용의 해결과제인 부족한 교원 확보문제와 학생의 교과목 선택권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의 수요가 많지 않은 미래 지향적인 교과목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에서 지원 개발하고, 더 나아가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을 적극 발굴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인구 절벽 시대 맞춤형 교육을 지향하는 오늘의 교육, 고교 학점은행제 도입 취지에도 부응하지 않을까. 

 

류수노 한국방송통신대 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