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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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주식계좌 직접 운용” 진술… 의미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동원됐다고 판단한 본인 명의 주식계좌를 직접 운용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자적으로 판단해 주식을 거래한 것이기 때문에 주가조작범들과 짜고 친 통정매매가 아니었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동행했던 김건희 여사가 지난 22일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7월20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 대면 조사에서 ‘2010년 5월 이후로는 대신증권 계좌를 다른 사람에게 일임하지 않고 직접 주식 매매를 결정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계좌는 도이치모터스 사건 1·2심 재판부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고 명시한 김 여사 명의 계좌 세 개 중 하나다.

 

검찰은 주가조작에 계좌가 이용된 ‘전주(錢主)’가 정범의 주가조작 범행을 인식했고, 주가조작을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 행위를 한 경우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김 여사 측은 공소시효가 남은 ‘2차 주가조작 작전 시기(2010년 10월21일~2012년 12월7일)’가 시작되기 전인 약 5개월 전부터는 주가조작 관련자들과 무관하게 주식을 거래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시기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재판부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이다. 앞서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관련자들 사건의 1·2심 재판부는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로 체결된 주식 거래가 ‘권 전 회장 등의 의사에 따라 시세 조종에 이용된 계좌에서 이뤄진 통정매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 계좌에서는 2010년 11월1일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를 주당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제출돼 체결됐다. 이 매도 주문은 주가 조작 가담자 민모씨와 ‘주포’ 김모씨가 문자 메시지로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 “준비시킬게요”,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대화를 주고받은 뒤 7초 만에 제출됐다.

 

김 여사 측은 매도 결정이 이 문자 메시지와도 무관하다고 검찰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누군가의 매도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김 여사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고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하는 방식으로 주식을 거래했기 때문에 7초 만에 이를 실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게 김 여사 측 주장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물적 증거와 김 여사의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가담하거나 방조했는지 판단할 방침이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