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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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뺑소니’ 운전자의 67시간 도주극…“인천공항으로 갔지만 돌연 서울로 향했다”

택시 등 대중교통 이용, 경찰 추적 피해…이동 과정에서는 현금만 사용

‘뺑소니’ 운전자 “교통사고 낸 것 알았지만 술 마시고 경찰 무서워 도망”

경찰이 뺑소니 사망 사고를 내고 잠적한 뒤 67시간여 만에 검거된 운전자의 행적을 재구성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전 3시11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한 도로에서 마세라티 차량이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남녀 커플 중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은 사고를 내고 달아난 마세라티 운전자를 26일 오후 서울에서 붙잡았다. 사고 충격으로 오토바이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찌끄러져 있다. 뉴시스

 

27일 경찰에 따르면 뺑소니 사망사고를 내고 달아난 김모(32)씨는 지난 24일 오전 1시께 광주 서구 한 식당에서 지인 A(31)씨, 또래 일행 1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김씨 등은 2시간여 진행된 술자리를 옮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씨는 자신이 몰고 온 마세라티 차량에 또래 일행을 태웠다. A씨도 자신이 몰고 온 벤츠 차량을 운전했다.

 

그는 A씨와 함께 도로를 질주하던 중 오전 3시11분 서구 화정동 한 도로에서 앞서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고있던 동승자가 숨지고 운전자가 크게 다쳤다.

 

사고를 낸 뒤에도 500여m를 더 운전한 김씨는 그제서야 차를 세운 뒤 버리고 또래 일행과 함께 달아났다.

 

달아난 김씨는 약속 장소로 먼저 향한 A씨에게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연락했다. 김씨는 A씨의 차를 얻어 타 대전으로 향했다. A씨에게 출국 항공편이 필요하다며 대신 사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대전에서 A씨와 헤어진 김씨는 공항리무진을 탄 뒤 인천국제공항으로 갔으나 돌연 서울로 향했다. 이후 김씨는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경찰 추적을 피했다. 이동 과정에서는 현금만 사용했다.

 

김씨는 서울에서 만난 동창 B(33)씨로부터 이동 편의와 통신 수단 등을 제공받으면서 도피 생활을 이어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김씨는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머무르다 도주 이틀 만인 전날 오후 9시 50분께 과거 치과 치료를 위해 자주 찾은 강남 모처에서 붙잡혔다. 검거 당시 김씨 옆에는 B씨도 있었다.

 

경찰은 김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상 혐의로, 도피를 도운 A씨·B씨를 범인은닉도피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사고 사실을 알고도 김씨가 달아난 배경에 음주운전 등 또다른 범죄를 은닉하려 했는지를 두루 살펴보고 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측정하지 못했지만 음주운전 정황이 있는 만큼 혐의 입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과거 또 다른 범죄에 연루, 이번 사고를 계기로 발각될까 해외도피까지 시도했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특히 사고 차량의 자동차 등록원부와 이력 등으로 미뤄 '대포차'(실제 운전자·소유자가 다른 불법 차량)가 아닌지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김씨가 사고를 낸 차량은 서울 소재 법인 명의의 고가의 수입차인 마세라티다. 김씨는 해당 법인과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차량은 의무 종합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해당 차량은 자동차세 체납 8건에 동산 압류만 50건인 것으로 파악됐다. 3차례 저당권 설정 이력도 있다.

 

경찰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찰은 사고 당시 김씨의 차량에 함께 타고 있었던 또래 일행에 대한 방조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통사고를 낸 사실에 대해 인지했지만, 술을 마셨고 경찰 사이렌 소리가 무서워 달아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