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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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30여년 이끈 친이란 ‘거물’… 이스라엘 표적 공습에 제거

이스라엘군은 28일(현지시간)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64)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1992년부터 32년간 헤즈볼라를 이끌며 이스라엘과 치열한 전쟁을 치러온 헤즈볼라의 ‘얼굴’로 알려졌다.

 

AP·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전날 헤즈볼라 지휘부 회의가 열린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를 정밀 공습해 나스랄라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레바논 보건부는 전날 공습으로 6명이 숨지고 9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AFP연합뉴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번 공격을 매우 오래 준비해 정확한 시간에 정밀하게 실행했다”며 “메시지는 단순하다. 이스라엘 시민을 위협하는 자는 누구든 찾아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7일 자국과 헤즈볼라 교전에 피란한 북부 접경지대 주민의 안전한 귀환을 전쟁 목표에 공식 추가한 이후, 헤즈볼라 근거지인 레바논에 집중 공격을 쏟아내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사살했다고 밝힌 나스랄라는 헤즈볼라를 30여년 간 이끈 친이란계 거물이다. 나스랄라는 평소 시아파 지도자의 상징인 검은 터번 차림에 턱수염을 길렀고, 이스라엘이 점령한 예루살렘 해방, 무슬림과 유대인, 기독교인이 평등한 팔레스타인을 국가 건설을 꿈꾸었다고 한다.

 

그는 1960년 베이루트 동쪽 부르즈 하무드의 난민촌 이슬람 시아파 가정에서 태어났고,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맞서 이란의 주도로 창설된 헤즈볼라에 합류했다. 1992년 헤즈볼라 공동 창립자이자 당시 지도자였던 아바스 알무사위가 이스라엘의 헬기 공습으로 사망하자, 나스랄라가 헤즈볼라의 수장인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다.

 

그의 지도하에서 헤즈볼라는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2000년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철군을 이뤄냈고, 2006년엔 이스라엘 군인 2명을 포로로 잡으면서 34일간 이스라엘과 전쟁 끝에 유의미한 항전을 벌였다는 평을 받았다. 헤즈볼라의 병력 규모는 3만∼5만명에 달하며 12만∼20만기의 비유도 미사일과 로켓도 보유해 레바논 정부군보다도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겨냥해 공습을 가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의 건물이 폐허로 변했다. UPI연합뉴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하마스를 지원해 왔는데, 이후 1년 가까이 이스라엘과 무력 대치해왔다. 나스랄라는 지난 19일 TV 연설에서 수십명의 헤즈볼라 대원을 사망에 이르게 한 무선호출기(삐삐) 폭발 공격을 비난하며 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7일 이스라엘군의 베이루트 남부 헤즈볼라 본부 표적 공습에 나스랄라는 유명을 달리하게 됐다.

 

나스랄라 사망 소식이 전해지며 이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신변 안전을 위해 보안을 강화한 안전한 장소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후속 조치를 결정하기 위해 헤즈볼라를 비롯한 다른 역내의 대리 그룹들과 물밑접촉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정밀 타격에 이란에 도움을 요청해 왔지만, 이란 당국은 그간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확전에는 선을 그은 바 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