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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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소식 전하다가 돌연 물속에 뛰어든 美기상캐스터

초대형 허리케인 ‘헐린’이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가운데, 날씨를 전하던 기상캐스터가 물에 빠진 여성을 구조하는 모습이 생방송에 포착됐다.

 

기상캐스터 밥 반 딜런이 침수된 도로를 배경으로 허리케인 헐린 소식을 전하는 가운데 뒤편에 차량 한대가 침수돼 있다. 폭스뉴스 유튜브

27일(현지시각) 폭스뉴스에 따르면 기상캐스터인 밥 반 딜런은 이날 허리케인 헐린으로 104년 만에 최악의 폭우가 쏟아진 애틀랜타 지역의 침수 현장을 생방송으로 전하고 있었다.

 

침수 지역의 피해 상황을 전하던 그는 자신의 뒤편에서 한 여성의 비명을 들었다. 이 여성은 갑자기 불어난 물에 꼼짝없이 차에 갇혀 있던 상황이었다.

 

당시 방송에서 딜런은 자신의 뒤편에 물에 잠긴 차량이 있다고 전했다. 곧 차량 안에 타고 있던 여성에게 “911에 신고했다”고 말하며 그를 안심시켰다.

 

기상캐스터 밥 반 딜런이 침수된 도로를 배경으로 허리케인 헐린 소식을 전하던 도중 침수된 차량에 갇힌 운전자를 구조하고 있다. 폭스뉴스 유튜브

그러나 여성의 비명이 계속되자 결국 그는 카메라를 향해 “잠시 후에 다시 돌아오겠다. 이 여성을 더 도와줄 방법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말한 뒤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여성이 타고 있던 차량에 접근한 딜런은 여성을 차에서 끌어내린 뒤 자신의 등에 업고 무사히 물 속을 빠져나왔다. 해당 장면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구조를 마친 딜런은 다시 생방송을 이어가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후 인터뷰에서 “바지에서 지갑을 꺼내고 곧장 물 속으로 들어갔다. 가슴 높이까지 물이 들어찼다. 차 안에 있던 여성은 거의 목까지 물에 잠긴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상황이었다면 누구든지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했다.

 

허리케인 소식을 전하다 위기에 빠진 여성을 구한 밥 반 딜런. 폭스뉴스 유튜브
허리케인에 초토화된 플로리다 키튼 비치 모습. EPA 연합뉴스.

전화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여성의 남편은 딜런에게 감사 인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헐린은 한때 4등급까지 위력을 키웠으나 열대성 폭풍으로 약화했다. 시속 225㎞의 강한 바람으로 나무와 전봇대가 성냥개비처럼 부러졌으며 창문이 깨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최소 45명이 목숨을 잃고 460만 가구가 정전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