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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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서 6531명 동시에 하카 춤… 프랑스 기록 깼다

기존 4028명 제치고 ‘역대 최다 인원’ 신기록
주최 측 “우리나라 국보급 문화유산… 기뻐”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전통 의식 ‘하카’(haka)는 이 나라의 국보급 문화유산으로 꼽힌다. 그동안 최다 인원이 참여한 하카 공연의 세계 기록은 프랑스가 보유하고 있었는데, 최근 종주국 뉴질랜드가 꼭 10년 만에 이를 깨고 새로운 신기록을 세웠다.

 

2019년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으로 50여명이 사망한 뒤 뉴질랜드 젊은이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으로 마오리족의 전통 춤 하카를 추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오후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 있는 이든파크 럭비 경기장에서 무려 6531명이 참가한 가운데 하카의 일종인 ‘카마테’(Ka Mate) 공연이 펼쳐졌다. 이는 지난 2014년 9월 프랑스에서 세워진 최다 인원 참여 기록을 돌파한 것이다. 당시 프랑스 한 도시에서 열린 럭비 경기 직후 4028명이 한꺼번에 하카 공연을 펼쳐 세계 신기록으로 등재된 바 있다.

 

새 기록을 세우기 위해 성인 남녀는 물론 어린이들까지 대거 하카 공연에 동참했다. 6500여명이 동시에 발을 구르는 등 격렬한 동작을 선보이고 엄청난 함성까지 내지르면서 경기장 관중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청각장애를 느낄 정도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애초 행사 주최 측은 1만명 이상이 참가할 것을 기대했으나 6500여명에 그쳤다. 그래도 프랑스에 빼앗긴 세계 기록을 10년 만에 되찾았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주최 측 관계자는 “하카는 우리의 국보급 문화유산으로 뉴질랜드인들에게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며 “세계 기록을 프랑스에서 다시 뉴질랜드로 갖고 올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프랑스에서 세계 신기록이 수립된 뒤 자국민 5000명 이상이 참여한 하카 공연을 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기네스 세계 기록 담당자가 없어 이는 공식 인증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는 기네스 심판관이 참관해 하카 공연 참가자 수를 일일이 센 끝에 6531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29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이든파크 럭비 경기장에서 6531명이 참가한 하카 공연이 펼쳐진 뒤 기네스 세계 기록 담당자가 ‘역대 최다 인원 참여 하카’ 신기록 인증서를 들어 보이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카는 과거 마오리족이 전투에 앞서 전사들의 사기를 고양하기 위해 실시한 의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월이 흐르며 전쟁과 무관하게 새로운 이웃이나 귀중한 손님을 환영할 때, 장례식에서 고인을 추모하거나 결혼식에서 부부를 축하할 때 등에도 하카를 하는 것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오늘날 뉴질랜드를 방문한 외국 정상들은 마오리족의 하카 공연으로 환대를 받는 것이 기본이다.

 

예전에는 마오리족만의 전통 의식이었으나 럭비 등 스포츠 경기에서 뉴질랜드 대표팀이 시합 시작 전에 하카를 하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를 잡았다. 마오리족이 아닌 백인들도 하카를 뉴질랜드의 상징이자 정신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