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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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2억 넘는 고소득자 1만4000명, 주담대 소득공제 700억 받아

안도걸 의원 “주택 관련 소득공제는 서민 주거비 부담 줄이자는 취지”
5대은행 가계대출 나흘새 2.2조↑…부동산 영끌에 주식 빚투까지 (서울=연합뉴스) 박동지난 7월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연봉 2억원이 넘어 월 1000만원 이상을 실수령받음에도 주택담보대출 소득공제를 받는 고소득자가 1만4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광주 동남을)이 국세청에서 받은 ‘소득구간별 부동산 관련 공제 현황’을 보면, 연봉 2억원이 넘는데도 주택담보대출 소득공제를 받은 고소득자가 연간 1만4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 5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는 783명, 연봉 10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도 124명에 달했다. 현행 주택담보대출 소득공제에 아무런 소득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취지로 연말정산시 주택 관련 소득 및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우선 무주택 또는 1주택자가 대출받아 집을 사면, 1년 동안 갚은 이자에 대해 최대 2000만원까지 과세대상 소득에서 빼 주고 있다. 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2022년 귀속분 기준, 187만명이 6조2천억원 규모의 소득공제를 받았다. 소득세를 낸 사람으로 한정하면, 150만명이 5조원의 소득공제를 받았다. 근로자 연말정산시 1명당 332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은 셈이다. 

 

이 중 연소득 1억원을 넘는 사람이 20만명, 전체의 13%에 해당한다. 전년보다 22%(3만5천명) 늘어난 수치다. 이들이 받은 공제금액은 8228억원으로 전체의 16%, 1명당 평균 421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았다. 공제금액은 전년(6033억원)보다 37%(2225억원) 증가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인원은 7만4천명(61%), 금액은 3700억원(84%) 증가했다.

 

연소득 2억원~5억원 구간의 고소득자가 12,755명, 공제금액은 659억원에 달했다. 1명당 517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은 셈이다. 연봉 5억원~10억원 구간의 고소득자도 659명이 소득공제 혜택을 받았다. 공제금액 총액은 43억원으로 1명당 653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았다. 연봉 10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도 124명에 달했다. 1명당 75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았다. 소득이 높을수록 1명당 공제금액이 많아 세제 혜택도 높아진다. 소득이 높으니 구입한 주택 가격과 주담대 한도가 높고, 이에 따라 이자상환액도 많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소득공제는 서민과 중산층이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마련했을 때, 그 이자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해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취지다. 그런데 소득제한이 없다 보니 연봉 5억원, 심지어 10억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주택마련에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해주고 있는 꼴이다. 

 

전세자금대출 소득공제도 마찬가지다. 무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전세대출 원리금 상환액의 40%를 최대 70%까지 과세대상 소득에서 빼 주고 있다. 

 

2022년 귀속분 기준, 83만명이 1조7천억원 규모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았다. 1명당 2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이 중 연봉 1억원이 넘는 사람이 6만5천명, 연봉 2억원~5억원 구간이 5천명, 연봉 5억원~10억원 구간이 301명, 연봉 10억원 초과도 78명이 소득공제 혜택을 받았다. 전세자금대출 소득공제에도 아무런 소득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반면 월세를 사는 사람들이 세액공제를 신청할 때는 총급여 8천만원 이하로 대상이 제한된다. 2022년 기준 월세세액공제를 받은 인원은 42만5천명, 세액공제금액은 1,950억원 규모다. 1명당 46만원 수준이다.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의 차이도 형평성 차원에서 손질할 필요가 있다. 소득공제는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세부담이 더 크게 감소하고, 세액공제는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공제율만큼 세부담이 줄어든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연봉 10억 초과 고소득자의 평균 공제금액(750만원)을 소득에서 빼면, 최고세율 45%를 적용해 338만원의 세부담이 줄게 된다. 반면 연봉 7천만원 미만이 평균 공제금액(300만원)을 소득에서 뺄 때는 6~10%의 세율을 적용해 18~30만원의 세부담이 감소한다. 연봉 8천만원 이하의 월세 임차인이 세액공제를 받으면 15~17%의 공제율을 적용해 평균 46만원의 세부담이 감소하게 된다.

 

한편 정부가 제출한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주담대와 전세대출 소득공제에 정부가 지원한 세금감면 총액은 9,481억원, 월세세액공제는 3,043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주택자금 특별공제(주담대+전세대출)의 세금감면은 올해 1조2천억원, 내년에는 1조3천억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작년 세법개정 당시 공제한도를 최대 2000만원까지 상향했기 때문이다.

 

이에 안도걸 의원은 “주택 관련 소득공제는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것”이라면서, “연봉이 많은 고소득자의 주거비까지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