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미국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AL)는 오타니 쇼헤이(30)와 애런 저지(32·뉴욕 양키스)가 양분했다. 2021년 메이저리그 4년차를 맞은 오타니가 타자로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투수로 9승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며 ‘이도류’를 처음으로 완벽하게 선보이며 만장일치로 AL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오타니는 2022년에도 타자로 타율 0.273 34홈런 95타점, 투수로 15승9패 2.33을 기록하며 MVP급 성적을 냈지만, 타율 0.311 62홈런 133타점으로 AL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저지에게 MVP를 내주고 말았다. 당시 저지의 62홈런은 1961년 양키스 소속으로 61홈런을 때려낸 로저 매리스의 기록을 61년 만에 신기록이었다.
2023년에는 오타니의 설욕이 펼쳐졌다. 타자로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 투수로 10승5패 3.14를 기록하며 다시 한 번 만장일치 MVP를 거머쥐었다.
지난겨울 오타니가 10년 총액 7억 달러라는 역대 프로스포츠 최대규모의 계약을 맺으며 로스앤젤레스(LA) 에인절스에서 내셔널리그(NL) 소속인 LA다저스로 FA이적하면서 오타니와 저지는 다른 리그에서 뛰게 됐다. 자연스레 두 선수는 이제 MVP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소속 리그를 초토화시키며 NL과 AL의 MVP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오타니는 148년의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누구도 가보지 않은 영역인 50홈런-50도루의 신기원을 열었다. 30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 원정에서 도루 1개를 추가한 오타니는 올 시즌을 타율 0.310 54홈런 130타점 134득점 59도루로 마쳤다. 그야말로 만화 같은 기록이다. 지난해 9월에 받은 오른쪽 팔꿈치 수술로 올 시즌에는 투수로 뛰지 않고 타자에만 집중한 오타니는 방망이만으로도 최고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줬다. 타율은 NL 2위에 올라 트리플 크라운(홈런, 타점, 타율 동시 석권)에는 실패했지만,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지명타자 포지션 선수로 MVP를 수상하는 게 확실시 되는 오타니다. 에인절스에선 뛴 6년 동안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뛰지 못했던 오타니는 NL 승률 1위인 다저스 소속으로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한다.
저지는 자신의 시그니처인 홈런으로 AL을 지배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2022년 기록한 62홈런을 뛰어넘는 페이스를 선보였으나 시즌 막판 다소 홈런포가 식으며 생애 두 번째 60홈런 고지 정복은 실패했다. 그러나 58홈런 144타점을 기록하며 AL을 넘어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1위, 타점 1위에 올랐다. 2022년에 이은 두 번째 MVP 수상은 확실하다. 타율은 0.322로 AL 3위에 올라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는 실패했다. 저지도 가을야구에 나선다. 저지는 올 시즌 트레이드로 합류한 후안 소토(41홈런 109타점)와 함께 최고의 ‘쌍포’를 이뤘고, 그 덕에 양키스는 AL 승률 1위에 오르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오타니와 저지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지만, 투수에서는 트리플 크라운이 나왔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5년차 좌완 태릭 스쿠벌은 18승4패 평균자책점 2.39 228개의 탈삼진을 솎아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 모두 AL 1위에 오른 스쿠벌은 162경기를 치르는 풀시즌 기준으로 2011년의 저스틴 벌랜더(24승5패 2.40 탈삼진 239개) 이후 13년 만에 투수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