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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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율. 임대료 상승할수록 하락 왜? [경제 레이더]

임차인이 임대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할 수 있는 권리인 계약갱신청구권 성공 확률은 임대료 상승폭이 커질수록 떨어진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임대료가 오를수록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유인이 커지지만, 임대인도 새 세입자를 받고자 ‘실거주 사유’를 명분으로 이를 무력화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송경호 연구위원은 30일 발간된 ‘재정포럼 9월호’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사진=뉴시스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인이 특정 사유가 아닌 한 거절할 수 없는 권리로, 2020년 7월 임차인 보호를 목적으로 전월세 상한제와 함께 도입됐다.

송 연구위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직후인 2020년 8월∼2021년 2월 전국의 전세계약을 분석한 결과 당시 지역의 임대료 가격 상승률이 높을수록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계약을 연장한 임차인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았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세종시는 임대가격 상승률이 2년 전 대비 58.4%로 시·도 중 가장 높았는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전세계약을 연장한 비율은 9∼12%로 추정돼 가장 낮았다.

서울 25개 구를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임대료 상승률이 20%에서 30%로 10%포인트 상승하면,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에 따른 전세계약 연장 비율은 3.7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송 연구위원은 “법 개정의 취지 및 목적과 달리 5% 이상 임대료가 상승하면 임차인이 전월세 상한제가 적용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적절히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임대료가 크게 상승할수록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더욱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이전과 같이 계약갱신청구권이 없는 2년 단기 계약의 형태를 임대인과 임차인이 선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옵션으로 남겨두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양측의 후생이 커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