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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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랄라 피살에 시아파 ‘격앙’… 수니파는 ‘침묵’ 왜? [중동 전선 확장]

이슬람 양대 종파 엇갈린 반응

이란·예멘 곳곳서 “응징” 시위
사우디·카타르 등은 언급 삼가
중동 국가 복잡한 분열상 방증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죽음을 두고 중동 이슬람 국가 사이에서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란이 맹주인 시아파 국가는 응징을 예고한 반면, 시아파와 대척 중인 수니파 국가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아파 국가들은 나스랄라의 사망에 강력 반발하며 보복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선 시위대가 나스랄라의 초상화와 깃발을 들고 행진했고, 이스파한, 케르만, 쿰, 마슈하드 등 다른 지역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

이란의 시위대 모습. AFP연합뉴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의 근거지인 예멘 수도 사나에서도 수만명이 모여 ‘이스라엘 응징’을 외쳤다.

수니파 국가들은 나스랄라에 대한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다. 수니파의 ‘맏형’ 국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성명을 내고 레바논의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레바논의 주권과 지역 안보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나스랄라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른 수니파 국가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은 나스랄라의 사망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은 상황이다. UAE와 바레인은 2020년 이스라엘과 관계도 정상화한 바 있다. 바레인의 경우 2011년 ‘아랍의 봄’ 시위 당시 시아파 공동체가 일으킨 대규모 민주화 봉기도 진압했다.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레바논의 주권 침해를 반대한다고 밝혔지만 나스랄라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는 과거 이란에 비판적인 입장이었지만, 비공식적인 회담은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외교 당국과 공식 회담을 이어오고 있다.

레바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시리아에서는 나라 안에서 나스랄라의 죽음에 대한 반응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시리아는 수니파 국가로 분류되지만,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과 반군이 오랜 내전에 시달려 왔기 때문에 아사드 정권을 도운 나스랄라의 사망에 반군과 정부군 점령 지역의 분위기가 완전히 상반된 상황인 것이다.

반군 점령 도시인 북서부 이들리브에서는 환호와 축포가 터지고 있다. 시내에 나온 야스민 무함마드(30)는 나스랄라의 사망 소식에 “압도적인 행복을 느꼈다”면서 “알아사드의 주요 지원군인 헤즈볼라의 손에 죽은 수천 명의 시리아인을 위한 복수”라고 영국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반면 정부군이 점령 중인 도시 홈스에서는 나스랄라 지지자들이 애도 행진을 벌이고 있으며, 나스랄라의 죽음에 분노한 지지자들이 폭력 사태를 벌여 시리아의 불안정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는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나스랄라를 살해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모든 국제적 표준과 법률을 무시한 야만이자 무자비한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