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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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도 우향우… ‘나치 계열 극우’ 제1당 올랐다

총선서 자유당 29.2% 득표 최다
2차 세계대전 후 첫 극우당 승리

과반은 실패… 연립 정부 불가피
집권 국민당과 연정구성 여부 촉각

29일(현지시간)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반(反)이민·유럽연합(EU) 정책을 앞세운 극우 정당이 1위를 차지했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에 이은 극우 열풍이 서유럽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날 총선 공식 예비 집계 결과 극우 성향의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29.2%로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집권당인 중도 우파 국민당은 26.5%로 2위에 올랐고, 중도 좌파 성향 사회민주당이 21%로 그 뒤를 이었다.

승리의 기쁨 극우 성향 오스트리아 자유당의 헤르베르트 키클 대표(가운데)가 29일(현지시간) 총선투표가 끝난 뒤 발표된 예비 집계 결과에서 1위를 기록한 뒤 비엔나의 당사에서 밝은 표정으로 지지자들에게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비엔나=로이터연합뉴스

자유당은 1956년 나치 친위대(SS)에 복무했던 안톤 라인트할러 등 나치 장교 출신들이 주도해 만든 극우 정당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극우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것은 처음이다.

자유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정부의 방역 정책과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하며 세를 키웠고, 근래에는 강경한 반이민 정책과 EU의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등을 내세워 여론조사 1위를 기록해왔다.

자유당은 총선 승리를 거뒀지만 당 대표인 헤르베르트 키클이 총리 자리에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유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한데, 국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들이 자유당과의 연정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국민당을 이끄는 칼 네함머 총리 역시 키클 대표가 총리 자리에 오르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키클 대표는 친(親)러시아, 반이슬람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 7월 ‘EU의 이단아’로 불리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를 중심으로 유럽의회에서 결성된 극우 정치그룹(교섭단체) ‘유럽을 위한 애국자’(PfE)에도 합류했다. PfE에 속한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자유당의 승리를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

자유당의 승리로 서유럽 주요국의 극우 득세 현상은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다. 2022년 이탈리아에서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의 총선 승리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자유당, 프랑스 RN, 독일대안당(AfD) 등 극우가 세를 키우지 못했던 서유럽 국가에서 최근 1∼2년 새 극우 정당에 대한 지지가 열병처럼 퍼지고 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