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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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더 오른다… 지방 말고 서울만 [심층기획-금리 결정 D-11… 주택시장 양극화 향배는]

서울만 오른 아파트값·가계대출… 금리인하 발목 잡는 ‘복병’

서울 아파트 평균값 13억1755만원
지방은 3억5023만원… 적체로 허덕
지역간 ‘탈동조화’ 현상 핵심 키워드
강남·마용성 新고가… 아파트 쏠림
양극화도 ‘다층화’… 사회 불안 요인

9월 5대 은행 가계대출액 729조
한달새 4조1276억 큰폭으로 늘어
은행, 대출 제한 등으로 증가폭 제한
“부채 상승 둔화 기다릴 여유 없어
부작용 최소화 방안 강구” 목소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 이어 11월에도 ‘빅컷’(0.50%포인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국은행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 문제가 이달 11일로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여부를 가름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이미 영국과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한 뒤 추가 금리 인하를 예고한 마당이라 한은이 대응 속도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30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 시내 아파트 대단지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피벗이 불가피한 만큼 금리 인하 시 국내 주택시장에 나타날 수 있는 집값 급등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의 집값 동향이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으로 갈려 양극·다층화하고 있어서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비 올해 7월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 등락률은 서울 6.64% 상승, 지방 0.71% 하락이다. 올해 들어 유난한 서울과 지방 간 격차 확대는 아파트 평균가격 추이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날 부동산R114 분석 결과를 보면, 9월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값(13일 기준)은 13억1755만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961만원 뛰었다. 반면 지방은 587만원(3억5610만원→3억5023만원) 내렸다. 이에 따라 양쪽의 가격 격차는 9억3184만원에서 9억6732만원으로 9개월 새 3548만원 커졌다.

◆양극화·다층화하는 집값 불안

 

지역에 따라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리자 주택시장에서는 지역 간 ‘탈(脫)동조화’ 현상이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인기 지역의 경우 신(新)고가 거래가 속출하는 것과 달리 지방에는 미분양 적체 문제 등으로 허덕이는 곳이 상당수다. 여기에 주택 유형으로는 비아파트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아파트 선호’가 한층 짙어지면서 양극화도 ‘다층화’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지나친 양극화가 사회 불안요인으로 비화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아파트 가격 양극화 심화는 지방-서울뿐 아니라 서울 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KB부동산의 월간주택통계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 5분위 배율은 5.36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순으로 5등분해 상위 20%(5분위)의 평균가격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뜻이다.

최근 이른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독보적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추이를 보면 올해 들어 9월 넷째 주까지 누적 상승률은 성동(8.42%), 서초(7.08%) 등 강남 3구와 마용성 지역이 상위 1∼6위를 휩쓸었다. 반면 도봉(0.13%), 강북(1.12%), 노원(1.14%)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격 양극화가 심화한 데는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물량 확대 및 서울 공급 부족 우려 등의 이슈와 더불어 지방 소멸 위기,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 현상과 같은 구조적 원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부동산법무학)는 “인구 감소와 경제의 수도권 집중화가 양극화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리 인하 복병 가계대출 불안도 여전

 

집값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금리 인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복병인 가계대출 증가세도 여전히 우려스럽다는 게 전문가 시각이다. 일단 가계대출 증가세는 9월 들어 집값과 직결되는 주택담보대출을 빼고는 둔화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 들어 26일까지 가계대출 잔액은 729조4918억원으로 8월 말보다 4조1276억원 늘었다. 2020년 11월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컸던 8월 증가폭(9조6259억원 증가)의 약 43% 수준이다.

 

이는 하루 평균 1588억원 불어난 것으로, 이대로라면 한 달 전체 증가폭은 4조8000억원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은행권의 대출 제한으로 주택 구입 목적 대출을 제외한 생활안전자금용 주담대와 신용대출 등이 전월 대비 많이 감소한 여파다.

 

다만 이들 5대 은행이 같은 기간 새로 취급한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담대 총액은 7조8466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3018억원, 추석 연휴 사흘(9월 16∼18일)을 뺀 기준으로는 3412억원이다. 사실상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달(3596억원)과 비교해 감소율이 5%에 불과하고, 7월(3478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담대와 집값이 뚜렷한 추세 전환 흐름을 보이지 않지만, 한국은행이 11일 열리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내수 부진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선 지배적이다.

 

신성환 금통위원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상승 모멘텀(동력·동인)이 확실하게 둔화할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기다릴 여유는 없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이후 다시 집값 상승세에 불이 붙지 않도록 관리하는 건 금융·통화 당국의 몫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획재정부 청사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소득재분배를 위해선 재정정책이 필요하고 서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기준금리 인하는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부동산 가격은 공급을 통해 잡아야 한다. 시장경제 원칙에 의해서 집을 꾸준하게 공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강진·박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