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5명 중 1명은 반년 이상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장기실업자 과반은 30대 이하였는데, 특히 청년층(15~29세)의 증가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실업자 수는 56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은 11만3000명으로 20.0%를 차지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9년 8월(20.1%) 이후 2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장기실업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10월∼2021년 7월 증가세를 이어가며 10만명을 웃돌았었다. 이후 감소세로 전환했다 올해 3월부터 다시 늘기 시작해 8월까지 6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런 현상은 최근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가 늘고 있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쉬었음’ 인구는 256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만5000명(10.6%) 늘었다. 8월 기준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 ‘쉬었음’에는 취업 의사가 없는 이, 취업 의사가 있어도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 직장을 찾지 않는 사람 등이 포함된다.
우려되는 건 청년층이 장기실업자, 쉬었음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8월 장기실업자는 월평균 9만85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448명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15~29세 청년층이 2만9442명(32.4%)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만1177명(23.3%)으로 뒤를 이었다. 30대 이하가 55.7%를 차지했다.
증가폭도 청년층이 가장 컸다. 1~8월 청년층 장기실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54명 늘어 모든 연령대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장기 ‘쉬었음’ 청년도 증가세다. 3년 이상 미취업 청년 중 집에서 그냥 쉰 청년은 5월 기준으로 2021년 9만6000명에서 2022년 8만4000명, 2023년 8만명으로 점차 감소하다 올해 8만2000명으로 증가 전환했다.
올해 1~8월 청년층 인구가 819만1000명으로 지난해(842만4000명)보다 23만3000명 줄었는데도 청년층 장기실업자, ‘쉬었음’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청년층 장기실업자 증가 이면엔 ‘일자리 미스매치’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탓에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금방 직장을 이탈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전국 101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을 보면 최근 3년 내 채용한 청년 중 퇴사한 사례가 있는 기업은 10곳 중 6곳(63.6%)에 달했다.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원인에 대한 질문에는 ‘대기업과의 차이’(54.5%) 응답이 1위였으며, ‘청년의 높은 취업 눈높이’(44.4%), ‘일과 삶의 균형, 수평적 소통 추구 등 MZ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의 가치관 변화’(33.0%) 등이 뒤를 이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이후 고용시장의 활력이 약화돼 기업 입장에서는 청년층보다 경력자 위주로 뽑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현재 노령층 중심인 공공부문 일자리를 청년층에게 확대하는 등 정부가 직접 일자리 사업에 뛰어들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