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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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기 백수 외환위기 후 최대, 규제 혁파·노동개혁 시급하다

반년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실업자 비율이 25년 만에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 실업자 56만4000명 중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사람이 11만3000명으로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 8월(20.1%) 이후 2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장기 백수 급증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구직자가 많다는 뜻이고 일자리의 질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고용시장의 근간이 되어야 할 20·30대가 극심한 취업난에 허덕이는 현실은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올해 1∼8월 장기실업자가 월평균 9만858명인데 연령별로는 15∼29세 청년층이 2만9442명(32.4%)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만1177명(23.3%)으로 뒤를 이었다. 30대 이하가 전체의 55.7%를 차지한다. 일하지도 구하지도 않는 ‘그냥 쉬는’ 청년도 지난 5월부터 4개월째 늘면서 46만명에 이른다. 사회와 담을 쌓은 고립·은둔 청년의 위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이런 고용불안은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면서 일자리 부족과 미스매치(수급 불일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 크다. 고용정보원의 청년고용실태분석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최근 3년 이내 취업한 청년 중 퇴사한 사례가 있는 기업은 63.6%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더 나은 곳으로 취업하기 위해’(68.7%)가 가장 많았고 직무·적성 불일치(35%), 낮은 연봉(32.2%)의 순이었다.

청년 취업난의 근본 해법은 기업들이 통 큰 투자로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 혁파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청년들이 잘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신산업분야에서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구인난과 청년의 취업난이 동시에 벌어지는 일자리 미스매치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임금과 복지의 기업별 양극화를 보완하고 현장 수요에 맞게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고질적인 노동시장 경직과 이중구조 개선은 시급한 과제다. 고액연봉인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챙기기에 청년의 절망이 깊다.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노사정) 대표가 다음 달 초 8개월 만에 대화를 재개한다. 노사정은 충분한 소통과 숙의를 통해 노동개혁의 물꼬를 트고 공존과 상생의 대타협을 도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