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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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이 세운 필리핀보건소, 마을 버팀목 되다

코이카·월드비전 지원으로
태풍 덮친 레이테주에 건립
진료·분만·상담실 등 갖춰
2022년 개원후 2500명 찾아

“영아와 임산부를 돌보는 것은 가정에 도움이 되고, 가정에서 시작해 마을, 그리고 지역 전체에 큰 도움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필리핀 중부 비사야 지역 레이테주(州)의 한 마을엔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지원으로 세워진 지 2년 정도 된 보건지소가 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취재진이 찾은 이곳은 마을에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과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됐다. 50평(172㎡)이 조금 넘는 단층 건물에는 진료실, 분만실, 상담실 등이 고루 갖춰져 있다. 의사 1명, 간호사 1명, 조산사 1명 등 의료진·지역보건요원 14명이 근무하고 있다.

코이카와 월드비전이 세운 필리핀 불로드 보건지소. 코이카 제공

매일 평균 15∼20명의 환자가 방문해 산전검사, 아동 예방접종 등 진료를 받는다고 한다. 개원 후 약 2500명의 환자가 다녀갔다. 12월 출산을 앞두고 정기적으로 보건센터를 찾아 산전검사를 받는다는 한 10대 임신부는 “가까운 사람 중에 (임신에 관해)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는데 마을 보건요원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보건지소가 이곳에 세워진 것은 2013년 이곳을 휩쓸고 지나가며 수많은 피해를 낳은 태풍이 계기가 됐다. 산타페 군 불로드로 불리는 이 마을은 2013년 11월 슈퍼 태풍 ‘하이옌’(필리핀명 욜란다)이 레이테주 일대를 휩쓴 이후 이주민이 옮겨오면서 생겨났다. 당시 태풍은 레이테주 등 일대를 덮쳤고, 사망자 1만5000명, 이재민 100만명을 내면서 보건·교육 체계를 붕괴시켰다.

2021년 코이카가 90억원, 현지 사정에 밝은 민간단체 월드비전이 22억5000만원(총 사업비 112억5000만원)을 지원해 보건센터를 세웠다. 이듬해 11월 개원한 이후 주정부에 기증됐으며 현재 월드비전이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보건요원으로 일하는 50대 여성 아그네스 아헤또씨는 “산전 검사를 계속 팔로업했던 환자들이 아기를 낳았을 때 기쁨이 크다”며 “헬스센터가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코이카가 필리핀에 진출한 지 30년이 됐다. 코이카는 1994년 12월 필리핀에 해외 사무소를 공식 설립했다. 1991년 50만달러였던 예산은 2024년 3350만달러로 30년간 누적 지원액이 4억달러에 달한다. 김동호 코이카 상임이사는 지난달 26일 마닐라 페닌슐라 호텔에서 열린 코이카 필리핀 사무소 개소 30주년 행사에서 “시설 건설·마스터플랜 수립부터 기술 교육·재난 구호까지, 코이카의 이니셔티브는 필리핀 전역 수많은 지역사회에 가시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타클로반=외교부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