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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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우석 팬미팅’ 7만→235만원…경찰, 암표 사범 7명 검거

임영웅 콘서트 18만→80만원 등
매크로 활용 인기 좌석 구매 뒤
정가의 3∼5배 가격으로 재판매
모두 20∼30대… 최대 1억원 챙겨

새 공연법 시행에도 암표상 활개
콘진원 신고 3년 만에 11배 훌쩍
실제 사후조치는 0건… 대책 시급

티켓 예매를 사람 손보다 빠르게 해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자 경찰이 암표상 검거에 나섰다. 올해 3월부터 매크로를 사용한 암표 거래를 처벌하는 공연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암표가 활개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티켓을 웃돈에 사고파는 행위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경찰청 범죄예방질서과는 1일 공연법 위반 혐의로 암표판매 사범 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20·30대로 인기 있는 공연 표를 매크로를 이용해 확보한 뒤, 정가의 3∼5배 가격으로 되팔아 인당 적게는 85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가 18만7000원짜리 임영웅 콘서트 표는 80만원에, 14만3000원짜리 나훈아 콘서트 표는 50만원에 팔렸다. 배우 변우석 팬미팅 표는 7만7000원짜리가 235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티켓 판매업자가 매크로를 사용한 대리구매를 내걸고 영업하는 모습(왼쪽 사진).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10만원 안팎의 콘서트 티켓이 1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오른쪽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이들은 티켓 판매를 업으로 삼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생활비나 용돈 마련을 위해 암표를 거래한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이었다. 경찰은 “간단한 컴퓨터 활용 기술만 가지고 누구나 손쉽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 온라인 암표 범죄의 특성”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티켓을 예매하는 경우 예매창 접속부터 좌석 선택, 결제까지 수 분이 걸리지만, 매크로를 활용하면 이를 몇 초 만에 끝낼 수 있다. 일부 암표상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티켓 대리구매’를 내걸고 수고비와 수수료까지 챙기며 영업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공공연하게 팔리는 암표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콘서트 예매에 실패한 장모(28)씨는 “사람이 매크로를 이길 순 없으니 ‘그냥 웃돈 주고 사야겠다’는 생각부터 든다”고 말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지난해 공연 예매 경험이 있는 남녀 572명을 설문한 결과 23.4%는 공식 예매처 외에서 티켓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암표 구매 시 추가 지불 금액으로는 ‘1만∼5만원’이 45.5%로 절반을 차지했지만, ‘10만원 이상’이라는 응답도 14.1%나 됐다. 

 

암표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신고센터에 접수된 공연분야 암표 수는 2020년 359건, 2021년 785건에서 2022년 4224건까지 11배 급증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프로스포츠 암표신고센터에서도 2020년 6237건에 그쳤던 신고 건수가 지난해 5만1915건으로 8배 뛰었다. 

 

그러나 기관들은 접수된 암표를 제대로 조처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콘진원 암표신고센터에 접수된 암표 중 사후조치가 이뤄진 것은 ‘0건’이었다. 신고센터 접수 시 좌석번호 또는 예매번호를 적어야 해 제3자의 신고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결국 암표를 산 본인이 신고해야 하는 구조인데, 이는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다. 

 

관객들은 암표 근절을 위해서는 정가를 기준으로 웃돈을 주고 판매하는 행위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입법연구센터 공익허브가 올해 6월1∼22일 콘서트 현장에서 관객 507명을 대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8%는 암표상을 차단하기 위해선 ‘티켓을 정가보다 비싸게 되팔 수 없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17.6%는 정가의 10%까지 프리미엄을 허용하자고 답했고, 20%까지(4.1%) 또는 30%까지(4.5%) 허용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문체부는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영업 목적으로 티켓을 정가보다 비싸게 파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인 벌칙 규정을 최대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하는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