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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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바-와일러 쌍포의 위력’ 약체 평가받던 GS칼텍스, KOVO컵 준결승 선착...이영택 감독 “선수들의 자신감, 확신 갖는 계기 되길”

“실바만 있는 게 아니다. 와일러도 있다”

 

이영택 감독 체제로 새 시즌을 준비한 GS칼텍스가 주축 선수들의 FA 이적과 은퇴를 딛고 2024 KOVO컵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GS칼텍스는 1일 경남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2024 KOVO컵) 여자부 조별리그 A조 4경기 현대건설과의 맞대결에서 지젤 실바(00점)-스테파니 와일러(00점)의 ‘쌍포’의 대폭발에 힘입어 세트 스코어 3-1(25-21 20-25 29-27 25-23) 승리를 거뒀다. 지난달 29일 도로공사와의 개막전에서 3-2 신승을 거뒀던 GS칼텍스는 이날 승리로 2승을 선취하며 남은 페퍼저축은행과의 마지막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지난달 29일 페퍼저축은행을 3-2로 꺾었던 현대건설은 이날 패배로 3일 있을 도로공사(1승1패)와의 맞대결에서 승리 시 준결승 진출, 패배 시 탈락하게 된다.  

 

GS칼텍스는 시즌 전 평가에서 그리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지난 봄 이적 시장에서 선수 보강은커녕 제 식구를 제대로 지켜내지도 못했기 때문. 지난 9년간 팀의 토종 에이스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준 강소휘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도로공사로 보수상한선 8억을 받고 둥지를 옮겼다. 주전 리베로 한다혜도 페퍼저축은행으로 FA이적했다. 미들 블로커에서도 정대영과 한수지가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세터와 아포짓 스파이커 포지션만 빼면 전방위적으로 선수단에 구멍이 숭숭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득점 1위(1008점), 공격 종합 1위(46.80%)에 오르며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군림한 지젤 실바(쿠바/아제르바이잔)가 올 시즌에도 코트를 든든히 지켜주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도로공사전에서도 혼자 39점을 몰아치며 팀 승리를 가져와준 실바는 이날도 양팀 통틀어 최다인 33점(공격 성공률 45.31%)을 폭발시키며 현대건설 코트를 맹폭했다. 

 

지난 시즌부터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군림했던 실바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상된 상수라면, 와일러의 활약은 그야말로 예상하지 못한 대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194cm의 좋은 신장이 돋보이는 와일러는 비치발리볼 선수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도 있다. 서브를 때리는 폼이나 이런 모습이 정통에서 다소 벗어난 모습이지만, 오히려 이 부분이 상대 선수들에게 낯설게 다가와 효과를 발휘하는 듯 하다. 지난 도로공사전에서 신장을 앞세워 블로킹 6개 포함 23점을 올리며 확실한 신고식을 했던 와일러는 이날은 블로킹은 1개에 그쳤지만, 서브득점 3개를 기록하는 등 24점을 올리며 실바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지난 시즌 아시아쿼터의 기여도가 전무했던 GS칼텍스이기에 와일러의 활약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가장 먼저 준결승 진출을 확정한 이영택 감독은 경기 뒤 “초반에 서브 공략이 잘 되어 경기가 잘 풀렸다. 경기 중반 이후에는 위기가 있었지만, 선수들이 잘 극복했다. 훈련을 많이 한 결과가 경기에 나오는 것 같아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와일러의 기대 이상 활약에 대해 이 감독은 “와일러는 일단 높이가 좋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면서 목적타 서브 세례도 잘 버텨주고 있다. 기대하고 뽑았던 선수지만, 처음 한국에 왔을 때보다 많이 성장했다. 계속 훈련을 해나가면 시즌 중에도 더 성장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의 수석코치로 지켜본 실바와 GS칼텍스 감독으로서 직접 지도한 실바는 어떤 선수로 다가올까. 이 감독은 “한 마디로 믿음직스럽다. 에이스로서 역할을 해줄 것일하는 믿음을 갖고 있다. 훈련 때나 몸 관리하는 것을 보면 진정한 프로선수다운 모습이다. 공격뿐만 아니라 서브나 수비까지 배구에 욕심이 많은 선수다. 기술적으로도, 마인드도 완성형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약체라는 평가를 딛고 KOVO컵 준결승 진출을 이뤄낸 것은 어린 선수들이 많은 GS칼텍스에는 유쾌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이 감독도 “KOVO컵 준비를 나름 열심히 했다. 선수들이 성장해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좋은 것은 실전에서의 승리다. 이번 대회에 다른 팀들이 100%로 준비한 것은 아니겠지만, 어린 선수들이 많은 우리 팀에게는 승리해나가면서 자신감과 확신을 얻을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통영=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