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들 중, 300명 이상의 고가 자동차를 보유한 사례가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재계약 기준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이는 이미 제기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LH 임대주택 입주민 가운데 311명이 임대 및 재계약 자격 기준을 초과하는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135명은 수입차를 소유하고 있으며, 브랜드별로 보면 BMW가 50대로 가장 많고, 메르세데스-벤츠 38대, 테슬라 9대, 아우디 9대, 포르쉐 5대 등의 순이었다. 특히, 충북 청주시의 한 국민임대 아파트 입주민은 1억 8천만원에 달하는 2023년식 포르쉐 카이엔 터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북 익산시의 한 입주민은 1억원이 넘는 2022년식 포르쉐 카이엔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가 국산차로는 제네시스 모델이 78대로 가장 많았다. 국산 전기차 브랜드 중 최대 6천만원에 이르는 EV6 20대, 아이오닉5 8대 등도 있었다.
LH는 임대아파트 입주자에게 소득과 함께 세대가 보유한 모든 차량의 합산 가액이 3천708만원 이하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고가 차량을 보유한 입주민들이 여전히 임대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는 것은 제도적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LH는 올해 1월 5일을 기준으로 이전에 입주한 주민들에게는 차량 가액 초과 시 1회에 한해 재계약을 허용하고, 그 이후 입주자는 재계약을 거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이로 인해 현재 고가 차량을 보유한 입주민 중 271명은 최초 입주 연도가 지난 1월 5일 이전이어서 여전히 재계약이 가능하게 됐다. 이들 중 76명은 최대 2028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계약 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불법 거주하고 있는 입주민이 40명에 달하며, 이들 중 4명은 1년 이상 장기 거주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LH가 입주자 재계약을 위해 계약 만료 3∼4개월 전에 사회보장정보원에 입주자 자격 조사를 요청하고 있는 점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입주 희망자가 자격 조회 기간에 고가 차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이러한 허점을 더욱 부각시킨다.
김 의원은 “국민 세금으로 지어진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면서 고가 차량을 보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부와 LH는 입주자 자격 조회 등을 더욱 강화하여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말로 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주거복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