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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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추 오전내 품절” 대형마트 수급 비상… 김장 대란 오나

업체들, 물량 확보 총력

급등세 지속에도 물량 달려 완판 행진
기록적 폭염에 가을배추 재배 4% 줄어
절임배추 예약 롯데마트 하루 만에 동나
업계, 김장철 앞두고 산지 상황에 촉각
정부, 가을배추 조기출하·수입산 공급

2일 오전 찾은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는 여느 때처럼 신선한 채소들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었다. 하지만 배추는 매대가 아닌 별도 박스에 담긴 채 다른 한편에 놓여 있었다. 전국적으로 배추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마트 개장과 동시에 물량이 동나기 때문이다.

 

2일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 채소 진열대에 배추 ‘1인당 3통’ 구매 제한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권이선 기자

이날도 매장문을 연 지 두 시간이 안 됐지만 남은 배추는 5포기에 불과했다. 옆에는 ‘1인 일 3통으로 한정판매합니다’라는 안내문이 서 있었다.

채소류를 정리하던 직원 A씨는 “임시공휴일 다음 날이어서 오늘은 그나마 물건이 남아 있는 것”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A씨는 “전국적으로 물량이 달리다 보니 수량도 많지 않다”며 “최근엔 계속 개장하자마자 배추 구매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이어지면서 오전 내에 물량이 품절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치솟은 배추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배추 물량 확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시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날 찾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청과 구역에는 배추를 진열대에 내놓은 가게를 찾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마저도 배추 한 망(3포기)에 5만원 상당에 판매되고 있었다. 배추 1포기가 6000∼7000원에 판매되는 대형마트와는 가격 차이가 컸다.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대형 유통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은 물론 구매력을 갖추고 있어 선계약을 통해 사전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탓이다.

상인 B씨는 “가격이 비싸서 팔아도 남지를 않으니 가져오질 않는다”면서도 “이익 남기는 건 둘째 치더라도 가게에 가져올 배추 구하는 게 쉽지 않다. 대부분이 곪거나 속이 안 찬 배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9월에도 폭염이 이어지는 등 가을배추 재배 면적이 평년보다 4%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10월 말 시작될 김장철까지 채소값이 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는 김장철 배추를 계약대로 공급받을 수 있을지 산지 생육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전에 확보한 물량을 100% 공급받지 못해 절임 배추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전날 가장 먼저 절임 배추 사전 예약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슈퍼는 당초 6일까지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20㎏에 최저 2만9900원으로 준비한 3만박스가 하루 만에 모두 판매되면서 접수를 마감했다. 추가 물량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마트는 이달 25일부터 일주일간, 홈플러스는 이달 중순부터 절임 배추와 김장재료 예약 판매를 진행하며, 배추 수급 상황에 맞춰 가격을 결정할 예정이다.

 

2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식료품 등을 구매하는 모습. 뉴시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해 폭염과 7월에 비가 많이 내리면서 배추 물량이 예년 절반 수준”이라며 “날씨로 인한 피해가 있어 작황에 따라 물량을 100% 맞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대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어가 산지를 매일같이 방문하면서 상품을 확인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일 치솟고 있는 배추값을 잡기 위해 가용물량 조기 출하와 수입 확대를 병행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최근 내수경기 점검 및 대응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가을배추 6000t을 조기 출하하고, 4100t을 수입해 1만t 이상 추가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또 배추·무·당근 및 수입 과일 전 품목의 할당 관세를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준고랭지 배추는 10일쯤 출하가 늘 것으로 본다”며 “이달 중순 후에는 수급 상황이 차츰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이선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