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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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절차 위반한 축구 국대 감독 선임… 정몽규 협회장 책임져야

문화체육관광부가 어제 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과 관련한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종 감사 결과는 이달 말에 공개될 예정이다. 문체부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면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적으로 감독 후보를 추천하는 등 내부 절차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전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결정권을 쥔 전력강화위원회 기능이 무력화된 상태에서 선임이 이뤄지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부인하지만, 감독 선임의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축구협회가 지난 7월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당시 울산 현대 감독의 선임을 공식 발표했을 때 독단적이고 미숙한 행정 처리에 축구인을 비롯한 많은 국민이 반발했다. 가뜩이나 전임 클린스만 감독 선정 과정에서 논란이 작지 않았던 터라 충격은 더했다. 문체부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사전 인터뷰 질문지와 참관인도 없이 기술총괄이사 단독으로, 그것도 장시간 기다리다 늦은 밤 자택 근처에서, 면접 진행 중에 감독직을 제안하고 요청하는 등 다른 후보 면접 상황과는 달랐다”고 한 부분에선 축구 행정의 후진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정도면 동네 축구나 다름없다.

문체부는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해서 홍 감독과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팬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회 문광위 현안 질의 때 “만약 불공정한 방법으로 (홍 감독이) 임명됐다면 재선임 과정을 거쳐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 것이 팬들도 납득할 수 있고, 홍 감독도 떳떳할 것”이라고 자정을 요구했다. 떠난 축구 팬과 국민 마음을 돌리는 길이기도 하다.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을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문체부는 축구계를 흔든 감독 선임 논란의 첫 번째 원인으로 ‘정 회장의 (부적절한) 지시’를 꼽았다. 감독 선임이 사실상 정 회장의 전권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국가대표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자리다. 회장 개인의 입에 맞추거나 학연과 인맥에 구애받아선 안 될 일이다. 차제에 이런 축구협회 적폐를 끊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4연임을 노리는 정 회장이 책임을 지고 직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