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제한적 지상전에 돌입한 이스라엘군에서 전사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헤즈볼라도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가운데 양측의 전투가 격렬해지면서 이스라엘이 당초 밝힌 전쟁 목표는 완수하지 못한 채 장기전에 발목이 잡혀 헤즈볼라의 힘만 키워주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군이 2일(현지시간) 레바논 내 지상 작전에서 8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며, 전사자 발생이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은 당초 국경 근처에서 헤즈볼라의 군사 인프라를 파괴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목표라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사상자가 늘어나면 공세의 강도와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WP는 특히 전사자 발생이 2006년 레바논 침공 때의 '악몽'을 되살릴 수 있다고 짚었다.
이스라엘은 당시 헤즈볼라에 납치된 자국군을 구출하기 위해 레바논을 침공했다.
국경을 넘은 첫 번째 탱크가 폭탄 공격을 받아 4명이 전사한 것을 시작으로 34일간 전면전이 이어졌고, 이스라엘은 고전 끝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레바논에서 철수했다.
이스라엘은 납치된 군인을 구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확전으로 상당한 피해를 봤고, 헤즈볼라는 되려 이 전쟁으로 군사·정치적 역량을 크게 키우면서 레바논에서 집권 세력에 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WP는 이스라엘군이 현재까지는 제한적이고 국지적이며 표적화된 '지상 급습'(ground raids)이라고 이번 작전을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 국경에 집결해있는 탱크와 병력은 더 큰 규모의 침공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전이 결국 소규모 접전 끝에 교착상태에 빠지고 전쟁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득보다는 실이 클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의 30개 마을에 소개령을 내렸고, 기갑부대도 전투에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낸 야코프 아미드로르는 "이스라엘군이 얼마나 깊숙이 침공할지는 알 수 없다"며 "현장에서의 성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고위 정보장교 출신인 국제 반테러연구소의 미리 아이신 연구원은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의 홈 그라운드인 레바논 남부의 전투에 갇힐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2006년 이후 국경 인접 마을을 요새화하고 대부분이 시아파인 주민들도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스라엘이 이곳에서 장기전에 말려들 수 있다는 것이다.
보안·위험관리 컨설팅 회사 르벡인터내셔널의 정보 책임자 마이클 호로비츠는 "이스라엘군과 정치 세력은 헤즈볼라를 키울 수 있는 장기전에 갇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서도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군은 국경지대의 전투에 집중하고 싶겠지만 싸움이 확대될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며 "예를 들어 군이 그보다 북쪽 지대에서 총격을 받게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군사적 선택만 추구한다면 장기전의 위험을 피할 수 없다"며 "레바논에 갇히는 것을 피하고 싶다면 외교적 선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로비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내세운 전쟁 목표인 이스라엘 북부 주민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이스라엘 내부에서 요구되고 있는 레바논 남부의 '완충지대'도 결국 헤즈볼라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경 내의 완충지대는 이스라엘군을 취약하게 만들고 헤즈볼라에는 '선물'(gift)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은 이미 1982년 레바논을 침공해 남부지역을 점령하면서 사실상 완충지대를 마련했었지만, 이는 결국 헤즈볼라라는 조직을 탄생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에프라힘 스네흐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정된 구역에 들어오는 사람은 누구나 표적으로 삼는 엄격한 정책을 시행하고 좀 더 이상적인 방안으로는 국제군이나 레바논 정규군이 배치돼 헤즈볼라의 군사력 재건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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