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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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조류독감 감염된 호랑이·사자 40여 마리 집단 폐사

폐사 동물 일부서 H5N1 바이러스 검출
직접 접촉한 동물원 직원 감염 우려
전문가들 “조만간 대유행 가능성이 높다” 경고

베트남의 동물원에서 최근 40마리가 넘는 호랑이와 사자, 표범이 집단 폐사했다. 이들 중 일부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A형(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베트남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 '망고 가든' 동물원의 호랑이들. 뚜오이쩨 홈페이지 캡처

 

3일(현지시간)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한 달간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 '망고 가든' 동물원과 롱안성 '미 뀐' 동물원에서 호랑이 44마리, 사자 3마리, 표범 1마리가 죽었다.

 

망고 가든 동물원에서는 호랑이 17마리와 표범 1마리가 죽었다. 폐사한 호랑이들은 죽기 전에 피로·쇠약 등의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당국이 호랑이 2마리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결과 폐렴으로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미 뀐 동물원에서는 호랑이 27마리와 사자 3마리가 폐사했다. 이 중 호랑이 3마리는 지난달 초 적합한 동물검역 절차 없이 시내 관광지에서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베트남 방역당국이 두 동물원에서 폐사한 동물들을 검사한 결과 일부에서 H5N1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현재 망고 가든 동물원 직원 30명과 미 뀐 동물원 직원 3명이 폐사한 동물들과 직접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들 중 호흡기 감염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당국은 “이들 동물원이 호찌민시에서 45km 떨어져 있다”면서 요원들을 투입해 현장을 검사하고 폐사 동물들의 사체 처리에 착수하는 등 H5N1이 인간으로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치 중이다.

 

H5N1은 조류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가운데 고병원성으로 악명이 높은 바이러스 유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3년 이후 H5N1에 감염된 사람들 중 약 52%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페탈루마의 한 낙농장. AFP 연합뉴스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젖소가 발견됐다. 이후 H5N1 바이러스가 미국 13개 주에 있는 190개 이상의 젖소 농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체 감염 사례도 추가로 확인됐다.

 

학계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팬데믹(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으며, 특히 H5N1 바이러스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의 조류 인플루엔자 연구원인 쿠치푸디 박사는 “H5N1 조류 인플루엔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장 위협적인 바이러스였다”면서 “조만간 대유행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