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해도 일주일에 다섯 번 외식하던 걸 두 번으로 줄였어요. 물가가 치솟다 보니 뉴요커들도 감당하기 어렵죠.”
최근 미국 뉴욕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 A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놀라웠던 뉴욕 물가에 ‘대체 여기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사는 거냐’라고 묻자 나온 답이었다.
코로나19도 이겨낸 그였지만, 최근 경제상황은 더 어렵다고 전했다. 급등한 물가에 뉴요커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식료품 가격은 물론이고 봉사료인 팁(tip) 가격도 뛰어올랐다고 한다. 통상 레스토랑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업원에게 내주는 팁은 카페나 패스트푸드점까지 확대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점심은 음식값의 15%, 저녁에는 18∼20%가 기본이었는데 최근에는 저녁 기준 30%도 등장해 ‘팁플레이션’(팁+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9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을 단행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해 긴축통화 정책을 시작한 지 4년 반 만에 이뤄진 금리 인하였다.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미국이 전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한국은행도 동참할 가능성도 커졌다. 우리나라도 내수 부진의 장기화로 애를 먹고 있다.
지난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한 직후 대통령실은 “내수 부진을 우려하면서도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의 바람대로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우리 경제가 곧장 활로를 찾을 수 있을까.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열기와 가계부채 증가세는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나드는 가계부채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심화하는 저출생·고령화와 늘어나는 청년 구직 단념자, 높은 대외 의존도 등 미국과는 딴판인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즐비해 있다.
한 경제학자는 “경제정책은 입안자가 방향성과 의도를 설정해놓더라도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할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며 “치밀한 계획과 다양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하가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집값 상승과 인플레이션, 예기치 못한 나비효과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미국에 앞서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도 금리 인하에 나서며 세계 각국은 통화정책 전환(피벗)을 본격화했다. 우리나라도 시기의 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한은법 3조는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하여야 하며, 한국은행의 자주성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불필요한 독립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전에 금리 인하 여파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뒀는지, 제 역할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금리 인하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일 뿐,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