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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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일 불필요” 여론 증가… 한반도 미래 비전 흔들려선 안 돼

35% 역대 최고, 청년층 특히 부정적
北, 헌법서 ‘통일’ 삭제 등 분단 고착화
2개 국가론 위험… 통일교육 강화해야

통일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날로 늘고 있다.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3주간 전국 17개 시도의 19세 이상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2024 통일의식조사’를 했더니 “통일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이 36.9%, ‘그렇지 않다’는 35.0%로 나타났다.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후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은 역대 최저, 통일이 필요 없다는 비율은 역대 최고다. 남북 분단 역사가 80년이 되어가니 통일에 대한 인식도 흐려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보기에는 너무 심각하다.

청년층에서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20대의 47.4%, 30대의 45%가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국가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가 아닌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통일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연구원 측 설명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통일은 불가능하다”는 20·30대 비율은 각각 45.1%, 43.1%로, 전체 평균(39.0%)보다 높다. 통일을 할 필요도, 할 수도 없다고 여기는데 과연 통일의 꿈을 키울 수 있겠는가.

북한은 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두 개 국가론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통일이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대남 대화 기구와 선전 매체를 없애는가 하면 일본 내 친북 단체에 삼천리금수강산 같은 표현이 담긴 교가 가사마저 수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7일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헌법에서 통일 문구를 삭제하고 33년 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를 파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주민에게 남한을 동족이 아닌 외국인으로 인식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분단 고착화를 통해 체제를 유지하려는 속셈이 아닐 수 없다.

통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힘이 없어 갈린 남북을 하나로 합쳐 민족의 정체성과 동질성을 회복하는 건 역사적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경제·안보적 이익 또한 크다. 독일이 2개 국가론을 편 옛 동독과 통일을 이뤄낸 것도 확고한 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얼마 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제기한 ‘평화적 두 국가론’에 대해 진보·보수 진영을 가리지 않고 거센 비판이 쏟아진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통일의 포기는 예상치 못한 통일의 시기가 도래했을 때 우리 스스로 손발을 묶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학교 교육에서부터 통일의 당위성과 비전을 제대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