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계기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수심위에 대해 “소모적”이라는 비판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심위는 ‘검찰 개혁’ 차원에서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2018년 1월 도입했다. 문 전 총장은 2017년 취임 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검찰이 일부 시국 사건 등에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 보장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인혁당 사건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검찰총장으로는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고자 대검에 수심위가 설치됐다. 외부 위원들이 국민적 의혹이 있거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등을 심의토록 한 것이다. 다만 심의 의견은 권고적 효력만 있다.
이와 관련해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심위는 사건 처리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사실 없다”며 “당사자 입장에선 신속히 처리되는 게 좋을 텐데, (시간 등 비용만 드는) 소모전일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 비전문가인 위원들이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것과 형사책임을 지는 문제를 구분하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수심위 구성과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수심위는 외부 위원 150∼300명 중 15명이 그때그때 무작위로 선정돼 꾸려진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원 풀에 일반인들도 있고 중구난방”이라며 “무작위 추첨이다 보니 전문가보다 비전문가 비율이 더 높을 수 있는 등 구성에 합리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또 “정치적으로 편향된 위원 몇 명이 회의를 주도하면 비전문가 위원들이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법 적용과 해석에 의견 대립이 있을 수 있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비전문가의 다수가 판단을 내린다 해도 이를 옳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수심위를 없애기보다는 제도 개선으로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수심위 제도 자체는 문제가 없다”며 “수심위 구성과 회의 진행, 심의 절차를 좀 더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정비하고, 권고 효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수심위를 대검에서 구성하지 말고, 독립된 위원회로 두고 법률 전문가들로만 구성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대통령실은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 처분과 관련해 이날 “영부인의 경우 (청탁금지법에) 처벌 규정 자체가 없는 등 혐의 없음이 명백해 최초 서울중앙지검이 불기소 의견으로 대검에 보고했던 건”이라며 “검찰이 ‘최재영 몰카 공작’ 사건을 무혐의 불기소 처분한 것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최 목사 사건에 대해 “수심위는 사법부 판단으로 넘기자는 차원에서 1표 차이로 기소 권고를 의결했던 것이나, 최재영 본인이 최초 인정했듯 (대통령) 직무 관련성 없음이 반영돼 불기소 처분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최씨는 “정권의 부정부패를 눈감고 외면하는 잘못된 결정”이라며 검찰을 향한 비판을 이어 갔다. 그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출석하며 “수심위 기소 권고에 따라 중앙지검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줄 알았는데 역시나 윤 대통령 부부의 편을 들어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