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정책경쟁 사라지고 흠집내기 급급… 경찰직협 위원장 선거 ‘진흙탕 싸움’

2대 위원장 후보 권영환·민관기
잇단 비방전… 토론회마저 파행
“민, 과거 가짜 단식투쟁” 폭로도
“순기능 기대했는데 씁쓸” 지적

경찰 노동조합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 출범 2년 만에 치러지는 2대 위원장 선거에서 도 넘은 비방과 폭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지 세력 사이 신경전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후보 토론회가 파행되는 일까지 일어났다.

3일 경찰직협에 따르면 2대 위원장 선거는 기호 1번 권영환 후보와 현 위원장인 기호 2번 민관기 후보의 양자 대결로 4일까지 진행된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양측 후보 모두 네거티브 공세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권 후보 측은 민 후보가 1기 위원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경찰직협 회원 수가 5만3000여명에서 2만5000여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민 후보 측은 1기 직협 당시 권 후보 측 활동이 없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권 후보 선거운동본부에 직협 회원 자격이 없는 이들이 소속돼 있다는 것도 문제로 제기했다.

상호 비방은 경찰 내부망에까지 옮겨온 상황이다. 1기 직협에서 활동한 A씨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국면에서 민 후보가 벌였던 ‘단식 투쟁’이 거짓이라고 최근 내부망 ‘현장 활력소’를 통해 폭로했다. 2022년 7월 민 후보는 경찰국 신설안 철회를 요구하며 9일째 단식을 벌이다 건강 이상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된 바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민 후보가 단식 중간에 죽이나 젤리, 꿀, 자양강장제 등을 먹었다”고 주장했다. 권 후보 측 지지자가 민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검찰의 사건처분 통지서를 내부망에 공개했다가, 반대 측의 문제 제기에 삭제하는 일도 있었다.

전날 예정된 후보 토론회는 권 후보 측의 보이콧으로 취소됐다. 1기 임원 위주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가 민 후보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향되게 토론회를 진행하려고 한다며 반발한 것이다.

정작 경찰 내부에서는 “정책 경쟁이 실종된 선거 운동 방식에 씁쓸함을 느낀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직협의 순기능을 기대했는데 다들 순수함을 잃어가는 것 같다”며 “이렇게 분열돼서 어떻게 거대 조직과 맞설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백준무 기자